한화의 훈련량 감소, 무엇을 의미할까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7. 5. 25. 06:05 수정 2017. 5. 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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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떠난 이후 야간 훈련 없이 그라운드를 정비 중인한화의 변화.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한화의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이상군 감독 대행이 훈련량 감소를 선언했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지난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첫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한화는 21일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의 마찰 속에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23일 한화가 이를 수용하면서 결별이 최종 확정됐다. 김광수 수석코치와 계형철 투수보조코치 역시 김 감독과 같은 뜻을 밝히면서 이상군 감독이 감독 대행으로 올라서게 됐고, 일부 코칭스태프도 보직 이동을 했다.

새로운 체제 속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상군 감독 대행은 선수단 컬러 구상을 묻는 질문에 ‘건강’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각 팀마다 부상자들이 있지만 한화에는 그동안 더 많은 부상자가 나온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상군 감독은 훈련 방식에 대해 “코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상적으로 하는 시간 외에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며 “아침 일찍, 혹은 경기를 마친 이후 야간에 자주 진행해왔던 훈련은 조금...”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현재 계획으로는 이같은 훈련을 가급적 생략하고 필요에 따라서만 때때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지옥 훈련, 특타, 펑고는 그동안 김성근 감독을 상징하는 단어나 다름없었다. 김 감독 역시 선수 혹사 논란에 시달릴 때마다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수없이 언급하며 본인의 확고한 야구 철학을 자주 드러냈다.

결국 김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된 것도 1, 2군 분리 운영으로 인한 역할 축소 뿐 아니라 훈련량과 같은 감독 고유권한에 대해서까지 간섭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박종훈 단장과 크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상군 감독이 밝힌 훈련량 감소는 그동안 한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성근 감독의 컬러를 빠르게 지우는 시도 가운데 하나로도 볼 수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은 선수단 기량 및 정신력 강화 등에도 분명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옳다 틀리다의 문제로 접근할 일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끊임없이 혹사 논란에 시달려온 한화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에는 소통을 통해 유연한 대처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분명 코치들과 많은 이야기 끝에 훈련량을 줄이는 방침을 세웠다고 언급했다. 지나친 훈련은 독이 된다는 쪽에 보다 많은 코칭스태프가 공감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 누구도 김성근 감독의 방침에 이견을 달지 못한 채 불만이 있어도 묵묵히 지시를 따라야만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권을 쥐고 있던 김 감독의 힘이 너무나 막강했고, 본인의 철학에 대한 고집마저 강해 뜻을 굽힐 확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떠난 직후 곧장 훈련 방식이 변하는 것을 통해 그동안 코칭스태프가 수장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애초부터 김 감독이 모든 것을 홀로 총괄하기보다 코치들의 의견을 취합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구단에서도 김성근 감독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양보와 변화를 바란 측면이 있다. 김 감독은 60년 남짓 야구 인생을 걸어온 노송이다. 어린 가지는 구부리기 쉽지만 다 자란 가지를 구부리려 하면 그대로 부러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한화지만 박종훈 감독 역시 소통 방식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엔 단장의 힘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에 이번 훈련량 감소 결정은 자칫 코칭스태프가 박 단장에게 또다시 휘둘리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다.

어쨌거나 김 감독은 팀을 떠났고, 이제 새로운 방침을 정한 한화가 결과물을 통해 그 선택이 현명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훈련량이 줄더라도 긴장의 고삐마저 늦춰서는 곤란하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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