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장외 투수왕' 임찬규, "100 이닝 돌파가 첫 목표"

한이정 입력 2017. 5. 25. 06:02 수정 2017. 5. 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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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의 한 투수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무섭게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7경기 동안 29탈삼진을 기록, 실점은 첫 경기를 제외하곤 무실점, 혹은 1점만 잃었다. ‘어메이징4’를 기대했던 팬들은 이제 오히려 180도 변신한 이 투수를 보고 환호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찬규(25). 한때 팀의 유망주였던 임찬규는 어엿한 에이스로 변신해 LG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 ERA 1.34, 점점 더 성장 중

임찬규는 올 시즌 7경기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1.34 피안타율 0.17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5선발이지만, 1선발과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는다. 5월에 선발 등판했던 4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이에 “5월을 잘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 그러나 그만큼 숙제도 생겼다”고 겸손해했다.

현재까지 40⅓이닝을 소화했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다른 투수들과 기록 경쟁을 하진 못하고 있지만, ‘장외’에선 KBO 내 평균자책점 1위다. 이에 임찬규는 “진짜 말 그대로 ‘장외’다. 규정이닝이 들어가 봐야 아는 것이고, 또 끝까지 던져 봐야한다. 시즌 끝날 때까지 낮은 방어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까,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지금은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평균자책점 1.34로, 장외 방어율 1위다. 사사구 마저 줄이며 에이스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잘 하기도 하지만 경기를 할수록 나아지고 있다. 특히 사사구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 올 시즌 첫 등판했던 9일 롯데전, 15일 kt전에선 볼넷과 사구를 3개씩 기록했다. 그러나 21일 KIA전에선 볼넷 1개를 던지고, 사구는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임찬규는 “볼넷은 1,2개 차이고, 사구가 많이 줄었다. 최근 경기(20일 롯데전)에선 의식을 해서 그런지 사사구 좀 나오긴 했다”며 “예전 같은 경우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타자들이 여유롭게 공을 받아쳤다. 안타도 많이 맞았고 뜬공도 많이 나왔다. 근데 요즘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땅볼이 나오고 범타가 나왔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아, 굳이 내가 볼을 안 빼도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던지다 보니 오히려 볼넷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 실질적 에이스? 아직은 아니다

임찬규는 매 경기 에이스처럼 던지고 있다. 요즘 ‘실질적 에이스’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임찬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물론 연이은 호투 행진을 그저 운으로만 보기도 힘들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힘든 훈련을 견뎌낸 덕분이다.

임찬규는 스프링캠프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그는 “캠프 이후 시즌에 들어와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져보긴 했지만 완성도가 낮아 많이 안 던졌다. 그러나 지금은 완성도가 좀 나아져서 쓰다 보니까 자신감도 붙었다”고 설명했다.

구종을 늘리고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신경썼다. 뿐만 아니라, 임찬규는 한 가지 더 준비했다. 공 던지는 체력을 늘린 것. 그는 “스태미너를 많이 늘리고 싶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도 투구수를 많이 늘리고 싶었다. 작년엔 90~100개 넘게 던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피칭도 100구 이상, 많이 던지는 게 목표였다. 준비가 잘 됐는지 올 시즌에는 7,8회를 넘겨도 힘이 떨어지지 않더라”고 전했다. 이어 “여름이 되고 곧 더워질 텐데 이때를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힘이 떨어지면 부상 입을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멘탈선생’…비밀은 노력, 또 노력

‘당차다’, ‘패기 있다’ 임찬규를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웃는 얼굴로 선배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자주 노출돼 ‘붙임성 좋다’는 이유기도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 타자가 누구더라도 당당하게 제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당찬규’라는 별명도 생겼다. 올 시즌엔 위기가 닥쳐도 패기 있게 경기에 임한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무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임찬규는 “제 모습을 그대로 잘 봐주신 것 같다. 별명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선배들도 ‘멘탈선생’이라고 장난친다”고 웃었다.

멘탈갑으로 통하는 임찬규에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은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임찬규는 2013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2014년 7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는 “구단에서 수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은 게 아니라, 군대 내에서 수술한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열악했다. 경찰청 감독님이나 많은 분들이 신경 써주시고 도와주셔서 이겨냈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수술 후 ‘과연 내가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싶었다는 임찬규는 본인에게 스스로 변화를 줬다. 그는 “군대에서 이 것 저 것 노력을 많이 했다. 우선 살을 찌웠고, 운동량도 그때 많이 늘렸다. 이후로 지금까지 하루도 운동을 늦춘 적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청에서 재활을 이겨내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운 임찬규는 제대 후에도 스스로를 다스리며 금세 일어섰다. 그는 올 시즌 첫 등판을 떠올렸다. 임찬규는 “(4월 9일) 롯데전에서 사사구도 많이 던지고 3이닝 만에 3실점하며 내려왔었다. 이러다 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비슷했다. 2016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도 롯데를 만나 2⅔이닝 8피안타 6실점을 기록하며 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임찬규는 “‘작년에도 이랬는데’ 싶었다. 지난 시즌엔 2군에 내려갔다와서 잘 풀렸다. 그러나 이번엔 2군에 내려가서 바뀌지 말고 지금 여기서 바꿔보자고 생각해 많이 노력했다”고 전했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롯데전에서 3이닝 만에 3실점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임찬규는 연습, 또 연습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임찬규는 제일 먼저 불안함을 줄였다. 그는 “선발감으로 치고 올라오는 선수도 많았고, 류제국, 차우찬 형도 잘 하고 있어서 조바심이 들었다. 이겨내고 싶었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임찬규를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선발 등판했을 때 만난 상대는 또 롯데였다. 하지만 지난번과 달랐다. 임찬규는 6⅔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 유망주? 지금은 에이스! 목표는 100이닝 돌파

임찬규는 휘문고등학교 3학년 당시 대통령배 준결승전에서 완봉을 기록하고, 결승전에선 8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성적을 거두며 학교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MVP도 차지했다. 이 대회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임찬규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돼, 꿈에 그리던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랬던 소년은 어느 새 훌쩍 성장해 LG의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제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는 임찬규의 올 시즌 목표는 확고했다. 그는 “100이닝을 돌파할 것이다. 일단 이 목표를 이룬 뒤에 상향 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건 하지 말아야지’싶은 것도 명확했다. “볼넷을 많이 줄이고 싶다. 특히 사구. 요즘은 빠른 승부를 하다 보니까 볼넷이 줄긴 한다. 그러나 불리한 상황은 분명 올 것이다. 그걸 피해야 할 것 같다.” '당찬규' 임찬규의 각오였다.

임찬규

1992년 11월 20일생

185cm 80kg

가동초-청원중-휘문고

2011년 1라운드 2순위 LG 입단

제44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MVP

[yijun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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