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이런 조연 또 없습니다..'원 팀' 촉매제 조영욱

김용일 입력 2017. 5. 2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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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영욱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전반 막판 골키퍼와 충돌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한 ‘신태용호’에서 조연상을 뽑으라면 단연 공격수 조영욱이다.

조영욱은 한국 U-20 축구가 월드컵 본선 도전사 40년 만에 처음으로 조별리그 2연승, 16강행을 확정하는 데 소금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로 아직 2경기에서 골은 터뜨리지 못했으나 몸을 던지는 투혼과 희생 정신으로 동료가 빛나는 데 핵심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다.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에서 전반 막판 페널티킥을 이끌어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승우가 후방에서 찔러준 공이 아르헨티나 최종 수비 키를 넘겨 상대 문전에 떨어졌다. 조영욱이 뒷공간을 재빠르게 침투했는데 아르헨티나 프랑코 페트롤리 골키퍼가 뒤늦게 골문을 비우고 달려들었다.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골키퍼인지라 공중으로 몸을 날려 공을 걷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조영욱은 상대 골키퍼가 발을 높게 들어올리고 뜬 동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댔다. 결국 페트롤리 골키퍼 무릎 부근에 명치를 강하게 맞고 쓰러졌고 주심은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깔끔하게 차 넣으며 한국의 16강행을 이끈 결승골이 됐다. 그는 “골키퍼나 나오는 것을 확인했는데 머리를 갖다대면 최소 페널티킥을 얻어내거나 공이 뒤로 빠져 들어갈 것 같았다”며 “골키퍼와 충돌한 뒤 명치가 정말 많이 아팠다”고 웃었다. 앞서 초반 한국이 아르헨티나 공세에 밀리다가 이승우의 선제골로 흐름을 뒤집을 때도 조영욱이 있었다. 역습 과정에서 상대와 몸싸움에서 끝까지 버텨낸 뒤 뒤에서 달려든 이승우에게 공을 연결해 단독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조영욱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축구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안산초 6학년 때 서대문축구교실에 등록한 뒤 그를 눈여겨 본 학교 선생님과 선수 출신 외삼촌 권유로 축구부가 있는 구산중에 진학하면서다. 구산중에 들어오자마자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이어 언남고에 진학해 1학년이었던 지난 2014년 추계연맹전에서 14골(7경기)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르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후 서울시협회장배 대회에서도 득점왕에 오르면서 고교 최고 공격수로 성장했다. 골 감각 뿐 아니라 활동량과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타고난 공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늘 주연이었던 그가 U-20 월드컵에서 ‘특급 조연’으로 변신한 건 희생정신에서 비롯됐다. 이미 팀내 공격진엔 ‘바르샤 듀오’로 불리는 이승우 백승호가 포진해 있다. 이들이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내는 데 핵심 구실을 해야하는 게 전방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조영욱이다. 남다른 재능과 개성을 지닌 이승우와 한 살 형인 백승호와 불협화음을 낸다면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조영욱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여러 명을 감고 돌아 들어가는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다. 또 수비 지역으로 자주 내려오는 등 활동폭이 넓은 편이어서 직선적인 공격과 개인전술에 능한 이승우 백승호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든든한 동료 공격수를 믿고 스스로 골 욕심을 내려놓으며 팀을 위해 뛰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조영욱은 “당연히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은 크다. (1차전인)기니전 때는 정말 더 그랬는데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골 욕심보다 팀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승호 형이 PK 골을 터뜨린 뒤 내게 ‘이건 네가 넣은 골’이라고 말해주더라. 더 힘이 났고 앞으로 더 헌신하며 뛰겠다”고 말했다. 늘 주연상만 받은 조영욱의 희생정신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신태용호가 원 팀으로 거듭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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