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화 새 감독 '낙점'의 조건

2017. 5.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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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이 강했던 조선 초기에도 인사권은 국왕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최근에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 '낙점(落點)'은 사실 국왕이 이조나 병조의 실무 관료들이 제출한 후보자 3명 중 한명의 이름에 점을 찍는 방식에서 나온 말이다.

국왕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인물이 있어도 실무자들이 적임자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낙점할 수 없었다.

프로야구 감독 선출 방식도 이 낙점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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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앞서 한화 덕아웃에 위치한 김성근 감독의 비워져 있던 자리에 새로운 의자와 책상이 들어서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왕권이 강했던 조선 초기에도 인사권은 국왕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최근에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 ‘낙점(落點)’은 사실 국왕이 이조나 병조의 실무 관료들이 제출한 후보자 3명 중 한명의 이름에 점을 찍는 방식에서 나온 말이다. 국왕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인물이 있어도 실무자들이 적임자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낙점할 수 없었다. 국정운영의 근간인 인사에 대한 전횡을 막는 매우 선진적인 제도였다.

프로야구 감독 선출 방식도 이 낙점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 실패한 팀들을 보면 이처럼 훌륭한 방식인 낙점과는 거리가 멀다.

구단이 복수의 명단을 올렸는데 모두 반려될 경우 곧장 모기업 오너가 원하는 인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단 경영진과 실무 책임자들은 그 순간 ‘누가 최고의 감독 후보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주제를 벗어나 ‘구단주가 원하는 후보가 누구냐’를 찾기 위해 온갖 라인을 동원한다.

2000년 SK의 창단을 주도한 안용태 초대 사장은 타 구단 경영진들 사이에서 ‘파이터’로 불릴 만큼 카리스마가 강했다. 그러나 감독 선임만큼은 구단 신입 직원들에게도 의견을 물어 결정했다. 고(故) 이종남 기자의 ‘인천야구 이야기’에는 ‘안용태 사장은 2002시즌 후 사장도 한 표, 직원도 한 표씩 차기 감독 투표를 진행했다. 1위는 삼성 조범현 코치였다. 투표 결과 그대로 새 감독이 결정됐다’는 미담이 담겨져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한화는 어땠을까. 정승진 전 사장은 2014년 말 김성근 감독 선임을 반대하다 경질됐다. 항상 선수들과 현장에 귀를 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왔던 정승진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그동안 한화가 준비해온 육성 등 큰 그림을 한꺼번에 태워버린 순간이기도 했다. 구단주가 선택한 김성근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는 무조건 성적이었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팀의 팜은 황무지가 됐다. 다시 낙점의 순간이 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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