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든 성배·감독대행의 슬픈 역사

2017. 5.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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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KBO리그에는 38번째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휘했다.

주인공은 당일 오전까지 투수코치였던 이상군(55) 한화 감독대행이다.

현장에서 이제 감독대행은 독이든 성배로 불린다.

LG는 2001년 김성근 당시 2군 감독이 시즌 중 1군에 올라와 수석코치가 되고 대행을 맡아 98경기를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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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전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전 SK 이만수 감독대행-전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23일 KBO리그에는 38번째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휘했다. 주인공은 당일 오전까지 투수코치였던 이상군(55) 한화 감독대행이다.

감독대행은 과거 감독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르다. 일시적으로 지휘권 공백을 대행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도자 인생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전직 감독은 “시즌 종료 직후 감독을 맡아 코칭스태프를 선임하고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마치고 새 시즌을 들어가도 신인 감독은 매우 큰 혼란을 겪는다”며 “감독 커리어가 없이 갑자기 대행을 맡았을 때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제 감독대행은 독이든 성배로 불린다. 감독은 경기 중에만 수 십 번씩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그 다음날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자신이 책임지는 결정이 연속된다. 그러나 대행은 정식 감독에 비해 구단 내에서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독의 결정은 선수들에게 초단위로 전달되기도 한다. 결정이 늦어지거나 판단이 흔들리면 그 위상은 더 급격히 추락한다. 당장 내년 거취를 불안해하는 코치진 장악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2시즌 김시진 감독 퇴임 이후 9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넥센을 대행으로 이끌었던 김성갑 SK 수석코치는 당시 “매일 십 수 명의 취재진을 만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가 되는 상황이 매우 낯설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성적을 기준으로 최근 가장 성공한 감독대행은 2011년 8월 18일부터 2011년 10월 31일까지 SK 대행을 맡은 이만수 감독이었다. 공교롭게 당시 퇴임한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다. 그해 2위로 시즌을 마쳤고 이듬해도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2014년 퇴임 때까지 김성근 감독의 그림자가 따라 다녔다. 그만큼 대행이 전직 감독과 끝없이 비교되는 것 또한 숙명이다.

최근 대행 중 2011년 두산 김광수, 2012년 한화 한용덕, 2012년 넥센 김성갑, 2014년 LG 조계현 대행은 모두 감독 승격에 실패했다. 그리고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팀을 떠났다.

2014년 LG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조계현 수석 코치를 정식 대행으로 임명하지도 않았다. 대행 없이 무조건 새 감독을 시즌 중에 영입한다는 분명한 방침을 정하고 방송해설위원인 양상문 감독을 영입해 팀 재건을 맡겼다. LG는 2001년 김성근 당시 2군 감독이 시즌 중 1군에 올라와 수석코치가 되고 대행을 맡아 98경기를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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