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에 좌초된 재벌개혁.. 朴의 실패는 '반면교사'

CBS노컷뉴스 맹석주 기자 2017. 5.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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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대통령,10대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재벌개혁 문제점 집약

재벌개혁은 역대 정부 모두 실패한 미완의 숙제다. 역대 정부의 재벌 개혁이 번번이 무산된 것은 실제적인 개혁의지보다는 선거때 표심잡기로 이용하거나 대통령의 의지부족, 정경유착과 재벌의 반발,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협박과 위협에 굴복하는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지난 2012년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기반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역대정부 모두 실패한 '재벌개혁'.. 표심잡기 도구로 전락

선거에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재벌개혁을 주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벌과의 유착으로 탄핵,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선거때만 되면 재벌개혁을 외쳤지만 어느 정부도 성공을 하지 못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실제적인 의지보다는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욕구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앞다투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중도와 중산층 표심을 끌어안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공정거래 관련법 개선,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의 불법.사익 편취 행위근절, 기업지배구조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금지, 사면권 제한,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도 도입 등이 대선 공약에 담겼다.

하지만 2013년 3월 대통령 당선 뒤 채 6달도 지나지 않아 2013년 8월 박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청와대 오찬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순식간에 '대기업 규제완화'와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에서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돌아섰다.

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총수들에게 언급하면서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해오던 상법개정작업도 갑자기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 입법 과제들을 추진했다.

황교안 장관이 이끌던 법무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를 했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박 대통령 대선공약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공청회를 거쳐 입법예고됐다.

하지만 청와대 만찬 회동 뒤 모든 것이 바뀌었고 전경련 등이 입법예고 종료 직전 전면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입법예고까지 했던 이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 朴,10대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재벌개혁 발목 잡혀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2013년 8월의 박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와의 청와대 오찬은 역대 정권마다 번번이 무산된 재벌개혁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열망하는 표심을 얻기위해 박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이용했고 대통령에 당선된뒤 채 6달이 안돼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 표심만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뒤 스스로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상 밑에 집어넣고 뭉개는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됐더라면 최순실과 미르재단 등에 쌈짓돈처럼 거액을 건넨 재벌들의 '국정농단 공조'는 아예 없었을 것고 박 대통령의 운명도 틀려졌을 것이다.

자산 5조원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박 대통령의 언급뒤 180도 바뀌어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됐다. 대기업 규제 기준이 완화되자 대기업들은 한 발 더나가 "대기업에 유리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박 대통령 임기 내에는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입이 추진됐다.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의 역대 정부들도 대통령 눈치보기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초기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다 폐기하니까 정부도 똑같이 폐기하고 재벌봐주기에 나서니까 정부도 재벌 봐주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민주화가)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 경제활성화 논리는 재벌개혁 빠져나가기 '전가의 보도'

1963년 시멘트, 밀가루, 설탕을 생산하는 소수 대기업들이 독점시장을 형성하고 담합을 통해 공동으로 가격과 시장을 조작한 '삼분(三粉) 폭리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법 제정과 공정위의 설립이 추진됐으나 재계의 반발로 좌절됐다.

재벌독점과 정경유착의 폐혜가 심해지고 사회 전반에 민주화 열망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재벌 개혁 논의는 1980년대 시작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이던 1981년 공정거래법이 도입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설치됐다. 1987년에는 출자총액제한, 상호출자금지, 지주회사설립금지 등 재벌규제가 시작됐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에 이은 개헌으로 경제민주화 정신이 헌법에까지 명시됐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재벌로부터 598억원을 모금했던 '일해재단 사건',노태우 정권의 5,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 등 재벌개혁은 커녕 정경유착의 고리가 깊게 이어졌다.

1993년 문민 정부때는 재벌에 대한 견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금융실명제를 통해 정경유착을 개선하려 했지만 재벌의 강한 저항속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흐지부지됐다.

노무현 정부때도 강력한 재벌,금융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금산분리가 완화되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재벌개혁 여론이 높아지면서 상법개정안을 마련해 2006년 10월 입법예고했으나 전경련 등 재계의 엄청난 반대여론에 밀려 결국 폐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워낙 거셌던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선 재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했다"고 밝혔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재벌개혁을 경제 활성화의 반대 개념처럼 보았다"며 "재벌개혁보다는 성장이 우선이고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다"라며 "재벌개혁을 시늉만하다 멈췄던 것이 많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금산법 파동처럼 칼은 뺐지만 능력이 없어 휘두르지 못하고 안하니만 못한 꼴이 된것도 많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재벌 기업가 출신 대통령답게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잇따라 추진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법인세율 감세 등 재벌위주 정책이 잇따라 추진됐다.

1987년 재벌규제를 시작하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위해 마련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폐지됐다. 이후 재벌 계열사가 급증하고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번번이 재벌개혁이 무산된 것은 정부와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재벌,대기업을 지원 안하면 경제가 어려워질것이란 협박과 ,위협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벌을 개혁해서 경제가 망하는게 아니라 재벌을 내버려두면 경제가 망한다며 재벌개혁이 곧 경제 활성화"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맹석주 기자] msj811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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