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대차 이례적 기소..봐주기 관행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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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임직원과 법인을 유성기업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은 사건 발생 6년 만에 이뤄진 '늑장기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어 "법원은 기소된 현대차 임직원들에 대한 중형 선고를 통해, 현대차 부품사의 민주노조 와해 전략이 심각한 위법행위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노동사건에 편향된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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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문량 줄이겠다' 압박에
제2노조 만들어 노조 와해 박차
기소된 현대차 임원 "왜 가입자 적나"
유성기업·창조컨설팅과 수시로 회의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부채질
원청업체 부당노동행위 기소 처음
노동사건 소극적이었던 관행과 달라
[한겨레]
검찰이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임직원과 법인을 유성기업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은 사건 발생 6년 만에 이뤄진 ‘늑장기소’다. 하지만 사용자 위주로 법집행을 해온 검찰의 ‘노동사건’ 수사 관행에 비춰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기본권 보호를 중시하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이 반노조 범죄를 적극 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지 주목된다.
24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관여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로 기소한 2011년 9월 당시 현대차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장 최아무개 이사 등 임직원 4명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현대차를 유성기업의 ‘공동정범’으로 봤다.
2011년 5월 유성기업의 노조 파업과 직장 폐쇄 등 노사분쟁으로 현대차에 부품 공급 차질이 생기자, ‘갑’인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2011년말까지 결품 우려 없는 안정적 생산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납품구조 이원화 방침에 따라 주문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유성기업은 회사 쪽과 갈등을 빚던 금속노조의 영향력 약화와 와해를 위해 회사 쪽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부추겨 제2노조를 만든 상태였는데, 유성기업은 “제2노조 가입인원을 늘려 결품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현대차에 밝혔다. 현대차는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말리기는커녕 시기별 제2노조 가입인원 목표치를 주고 관리했다. 원하는 만큼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자 유성기업을 질책하는가 하면, 창조컨설팅 관계자까지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으로 불러 회의를 열기도 했다.
검찰은 현대차가 ‘원활한 부품 납품’을 목적으로 유성기업과 함께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를 고소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는 “현대차가 유성기업을 단순히 방조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보고, 공범으로 기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원청 관계자들이 실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경우는 이번 현대차 사례가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주범’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조차 2013년 12월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당시 노조가 재정신청을 하고 법원이 2014년 12월 이를 인용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한편, 대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 노조가 설립되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해당 사내하청 업체를 폐업시키는 방법으로 하청 노동자를 해고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이후 원청업체 사용자의 하청업체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노동법)는 “사용자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검찰이 원청업체까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의외”라며 “노조 파괴는 곧 ‘헌법 파괴’ 행위인데도 노동권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는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부당노동행위가 근절될 수 있고, 검찰이 더욱 강한 법집행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내어 “법원은 기소된 현대차 임직원들에 대한 중형 선고를 통해, 현대차 부품사의 민주노조 와해 전략이 심각한 위법행위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노동사건에 편향된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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