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육지화 이후 미세먼지 발생 심각

박용근 기자 입력 2017. 5. 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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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환경단체 “노출된 대지에 거센 풍속 따라 내륙 이동”
ㆍ주민들 “빨래 널기는 상상 못하고 창문 닫고 생활”

24일 새만금 매립지 인근인 전북 김제시 진봉면에서 바다 쪽을 바라본 모습. 멀리 구름 같은 먼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독자 제공

새만금사업으로 형성된 간척지가 최근 새만금호의 수위 조절로 더욱 광활한 육지로 드러나면서 엄청난 먼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만금 인근 주민들은 바람이 심할 때면 문을 열어놓을 수 없을 지경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1위의 오명을 얻고 있는 것은 새만금 먼지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김제시 진봉·심포면 등 새만금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 중인 농업용지, 산업단지 등 육지화된 노출지에서 강력한 먼지가 바람에 휩쓸려 내륙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제시 진봉면에 거주하는 농민 문윤만씨(57)는 “풍속이 거셀 때면 멀리 보이는 새만금에서 인 먼지가 뿌연 구름처럼 보일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해 불어닥친다”면서 “빨래를 밖에 널어 놓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창문을 열어놓을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의 2015년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35㎍/㎥, 2016년에는 31㎍/㎥로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북도는 그 원인을 중국 황사와 충남의 화력발전 영향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에서 발생한 먼지가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중국의 영향이라면 전남, 충남과 비슷해야 할 것이고, 충남 화력발전의 영향이라면 충남이 더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새만금에서 발생한 먼지는 풍속이 약한데도 내륙 곳곳에 파급될 정도로 입자가 미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기간 전북지역 초미세먼지 발생률은 전남, 충남을 훨씬 웃돌았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시화호 간척 이후 먼지로 인한 농가 피해가 계속 발생하자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에서 2006~2008년 ‘식생을 이용한 비산먼지 대책을 위한 현장시험연구’를 새만금에서 진행했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새만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매우 멀리까지 확산된다는 것은 2010년 서울대 이인복 교수와 한국농어촌공사 신명호 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발표한 ‘한국 간척지에서 부유먼지 확산에 대한 수치 예측’ 논문에서도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서는 입자 직경이 30㎛인 먼지는 발생지로부터 300m 떨어지게 되면 농도가 급격히 줄어들지만, 직경이 2.5㎛인 입자는 거리가 멀어져도 농도가 거의 불변 상태로 확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만금 간척지는 육지의 흙이 아닌 미세한 입자상태의 펄 흙이기 때문에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데다 내륙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 김성균씨(63)는 “새만금 주변의 먼지는 새만금호 수위를 내렸을 경우 간척지가 더 드러나면서 심각한 상황이 된다”면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수위 조절부터 해서 간척지가 물속에 잠기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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