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 '추격자 전략' 수정해야

2017. 5.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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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가지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전략으로 대처할지에 따라 우리 미래의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여러 관점이 차이가 있겠지만 큰 기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존의 추격자 전략(Fast Follower)을 수정하고 우리에게 맞는 최적의 전략을 구가해야 한다.

국내의 ICT 전략은 전통적으로 추격자 전략이었다. 국내의 기업은 정부의 추격자 전략에 따라 빠른 추격자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그간 브로드밴드나 이동통신처럼 국내의 ICT산업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을 신속히 따라잡는 빠른 추격 전략 때문이었다. 이 같은 추격 전략은 정부의 보호와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신속하게 대규모 물량 공급을 할 수 있는 대기업 구조에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대규모 기업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는 빠른 추격자 전략에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어 지금까지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시장의 포화와 기술의 범용화로 종래의 추격자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우리 경제도 변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시대가 지금 눈앞에 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빠른 추격자 전략도 통하지 않을 만큼 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기술 자체도 모방을 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을 보면 여전히 추격자 전략의 사고방식에 머물고 있다. 알파고 이후 정부주도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고, 학계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가 결성되고 4차 산업혁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각 부처마다 4차 산업혁명, 정부 용어로는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고 국회는 '제4차 산업혁명 촉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이 초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사회와 시장의 자연스러운 역동성을 이끌어 내는 자유로운 플랫폼의 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의 종류를 확정하고 일정 범위나 스펙을 정하는 것부터 이미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혁신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기술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전문가과정이나 인증 자격증 제도설립을 고려하는 계획은 순기능보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탁상공론적 제도일 수 있다. 획일화된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통제하려고 하면 창의적 혁신이 일어나기보다 작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런 혁신은 지속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의 실패처럼 정부가 나서서 아무리 노력해도 시장과 사회의 호응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발빠르게 대응한다고 일정한 틀을 정해두고, 혹은 특정 기술을 리스트로 정해놓고 특정 기술을 집중육성한다고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혁명의 물결에 대비해 규제와 제도가 만들어질수록 자연스러운 혁신을 저해하고 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기술주도(Technology push)와 사회견인(Societal pull)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추진이 바람직하다.

아이팟의 원형은 한국이 개발한 MP3플레이어였고,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도 한국의 새롬이 개발한 다이얼패드가 최초였다. 소셜네트워크의 원조 역시 한국의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였다. 한국이 먼저 개발한 제품·서비스는 당시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지 못했거나 기술표준을 확립하지 못해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들 기술의 공통점은 기술자체는 우수하고 독창적이었지만 시장과 사회가 받쳐주지 못해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런 국내의 좋은 기술들이 관련 규제가 없거나 관심이 부족해 도태한 것이 아니라 이들 기술을 포용해 줄 역동성 있는 생태계가 형성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와이브로, 위성 DMB, IMT-2000, IT839 등 많은 ICT실패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선점자와 빠른 추격자 전략의 장점을 모두 받아들이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기술주도와 시장수요견인, 탑다운과 바텀업 전략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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