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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梨大다운 梨大를"…교수·학생 축제같은 총장투표

임형준 기자
입력 : 
2017-05-24 17:53:58
수정 : 
2017-05-24 23: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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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년만에 직선제…동문도 참여
김혜숙·김은미교수 25일 결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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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 마련된 차기 총장 선거 1차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대생이 직접 뽑는 총장 선거, 신분증·학생증 들고 투표하러 가요!" 24일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입구에서부터 단과대학 건물 곳곳에는 A4 용지에 인쇄된 투표 독려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개교 131년 만에 처음으로 교수와 직원, 학생, 동창 등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장 직접선거 현장은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사태와 최순실 씨 딸 입시 비리가 불거지면서 최경희 15대 총장이 사퇴한 뒤 7개월간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선거 규모는 비교할 바가 못 됐지만 투표 열기만은 대선 못지않았다. 이번 대선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대통령을 뽑자는 투표 열기로 뜨거웠다면 이대 총장 선거 열기는 '학교 같은 학교를 만들 총장을 뽑자'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는 지난해 미래라이프대 사태 당시 첫 교수시위를 주도했던 김혜숙 교수(철학과)를 비롯해 강혜련(경영학) 이공주(약학) 김성진(화학·나노과학) 최원자(생명과학) 김은미(국제학) 이향숙(수학) 교수 등 7명이 입후보했다. 특히 김혜숙 교수는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ECC 다목적홀 앞에 설치된 10개의 기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9시부터 학생들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께 각 기표소 앞 대기자는 100여 명에 달했다. 투표장 곳곳에선 친구들에게 장소를 알리며 투표를 독려하는 통화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 걸린 대형 투표 독려 플래카드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빨간 동그라미 안에 '이화'가 적힌 기표 도장을 손에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사진 기반 SNS '인스타그램'에만 오후 1시까지 300개 넘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지난 22일 2979명의 학생이 참여하면서 수십 m의 대기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던 사전투표의 열기가 계속된 것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전임교원(교수) 988명에 더해 사상 처음으로 직원 270명, 학생(학부·대학원) 2만2581명, 동창 1020명 등이 선거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이화여대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구성원별 투표 반영 비율을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문 2%로 정했다. 선거권자 1명의 표 가치는 교수 1명의 표를 1표로 봤을 때 직원이 0.567표, 학생은 0.00481표, 동창은 0.025표꼴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가 만든 투표인데 우리의 권리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다.

투표를 마친 재학생 이 모씨(22·경영학과)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선거인데 (반영 비율이) 졸업한 동창의 5분의 1도 안 된다니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례없이 많은 투표 참여 인원과 다자 구도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번 1차 투표에서 1·2위는 각각 김혜숙·김은미 교수가 차지했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는 나오지 않아 25일 두 후보가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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