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軍형법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법안 발의

김윤나영 기자 2017. 5.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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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동성애 차별 조항 개정안 발의.."발의 의원 10명도 가까스로 채워"

[김윤나영 기자]

 

군사 법원이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군인에게 24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의당은 이 판결을 "반인권적"이라고 규탄하며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군형법 제92조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업무 시간 외에 동성 군인과 합의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A 대위에 대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대위는 "근무 시간 외에,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지만, 군사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휴가를 나와서 군대 밖에서 합의된 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동성애자인 군인의 성관계는 유죄가 된다.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군인의 항문 성교 등을 금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 6항이다. 해당 조항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 등의 신분으로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폭행이나 협박 등 '강간'이 아닌, 단순한 '성교'까지도 처벌 대상으로 만든 조항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11월 "한국 정부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며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반인권적인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성애자들의 동일한 행위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듯이 A 대위의 행위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의당은 군형법 제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소속 의원 전원이 함께 발의했다고 밝혔다. 추혜선 대변인은 "이번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법안 통과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군 내부의 인권 개선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만만치 않았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보수 기독교 단체 등으로부터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한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꺼린 탓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발의 의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석 달을 기다리다가 지난주에 가까스로 발의 숫자를 채웠다. 용기를 내서 발의에 참여해주신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종대 의원은 "저는 이 법률 개정안이 세계 속에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정표를 세우는 중요한 사명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심정적으로는 이 개정안을 지지하지만, 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제가 총대를 메겠다. 어려운 일은 저에게 맡기고 힘껏 지지만 해달라"고 적었다.

군형법 제92조 6항을 폐지하려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가깝게는 2013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이 이 조항을 폐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간(남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단어)'이라는 단어만 '항문 성교 및 기타 추행'으로 수정된 채 해당 조항은 존치됐다.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현행법상 '강제 추행죄' 등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광진 전 의원의 소신 발언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던 김광진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 도전장을 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경선 과정에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국회의원 낙선 대상 1번, 김광진"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전남기독교총연합회가 김광진 전 의원의 공천에 공개 반대했다.

공천 탈락 이후 김광진 전 의원은 2016년 3월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인의 중립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자들의 옆에 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신념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도 그 옆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난받는다면 그 당사자로 살아가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라고 적었다.

김광진 전 의원은 "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 곁에 서지 않고 방관하고, 같이 비난의 대열에 동참하는 것, 저는 부끄러워서 못하겠습니다. 이게 지역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살겠습니다. 증오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더 크다는 걸, 그것을 판단할 국민의 상식을 믿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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