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년간 폐허된 마을, 금강산관광 재개로 다시 살아 났으면.." 동해안 최북단 고성 명파리 주민들의 소망

박진호 2017. 5. 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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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
새 정부 들어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 엿보이자 주민들 기대감
2015년 명파리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잘 될 겁니다" 격려하기도
현재까지 경제적 손실 3360억원, 5년간 문 닫은 상점 400여 곳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에 유화적인 분위기가 감돌면서 금강산 관광의 길목인 강원도 고성군 주민들 사이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2008년 7월 북한군에 의한 관광객 박왕자(당시 53·여)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햇수로 10년이 된다.

24일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인한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 가 시행된 지 7주년이 되는 날이다.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마을 주민들의 최근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사실상 폐허가 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의 한 식당. 박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 금강산 관광의 길목인 마을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폐업한 건어물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안쪽으로 200m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노인과 평상에 앉아 먼 산을 바로 보는 노인을 본 것이 전부였다.

도로 옆 식당들은 문을 닫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마당엔 잡초가 무성했다. 상점마다 건축물과 간판 등이 훼손된 채 방치되는 데다 인적까지 뜸한 마을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사실상 폐허가 된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 박진호 기자
30년째 상점을 운영해 온 조순남(65·여)씨는 “금강산 관광 중단이 오랜 기간 이어지자 주민들이 하나둘씩 가게 문을 닫고 떠났다”면서 “마을이 폐허로 변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도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이경애(57·여)씨는 “금강산 관광이 한 창일 땐 줄 서서 식사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면서 “중단 이후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았다가 작년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새 정부 들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고성 명파리를 찾아 마을을 둘러보고 갔다는데 당시 ‘요즘 힘드시죠. 잘 될 겁니다’라고 격려한 것이 기억난다”면서 “새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폐허가 된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 박진호 기자
명파리 마을은 2003년 9월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호황을 누렸다.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이 첫해 4개월간 3만6705명을 시작으로 매년 20만명을 넘었다.

더욱이 2007년엔 34만5006명이 다녀가는 등 매년 관광객 수가 증가해 마을 도로변은 항상 관광객들과 잡곡을 팔러 나온 주민들로 붐볐다.

하지만 2008년 7월 북한 군에 의한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명파리 마을도 직격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햇수로 10년째에 접어들면서 이 마을에 있던 식당 6곳 중 4곳은 폐업했고, 건어물 가게 3곳도 모두 문을 닫았다.

명파리 마을에서 4㎞가량 떨어진 대진항도 큰 손해를 입었다. 이곳 역시 입구부터 폐업한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큰 타격을 입은 고성군 대진항 인근 횟집 촌. 박진호 기자
항구 인근 300m에 걸쳐 형성된 횟집 촌은 줄어든 관광객들로 오래전 활기를 잃었다. 들어가는 상점마다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건어물 판매장을 운영하는 권옥자(68·여)씨는 “10년 전엔 주말이면 하루 100만원의 매상을 올렸는데 요즘은 20만원어치 팔기도 어렵다”면서 “20여곳의 음식점 등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가게들도 닫지 못해 열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가 고성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심각한 상황이다.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을 포함한 고성지역 관광지 방문객은 2007년 721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다음 해인 2008년엔 369만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후 2009년 503만명, 2010년 586만명, 2011년 483만명, 2012년 506만명, 2013년 493만명, 2014년 406만명, 2015년 361만명, 2016년 376만명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경제적 손실은 매월 32억원이다. 누적 피해액은 지난달 말까지 3360억원에 이른다. 휴·폐업한 업소도 2008년 중단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41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승근 고성군수는 “금강산 관광이 하루 빨리 재개돼 지역 경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고성군민들 모두가 금강산가는 길이 하루속히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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