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을 사랑한 죄' 동성애 장교 징역형 선고..충격으로 쓰러져 병원 후송

허진무 기자 입력 2017. 5. 24. 10:40 수정 2017. 5. 25. 09: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군인권센터 페이스북 갈무리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를 색출해 형사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사 대상이었던 동성애자 장교에게 군사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군사법원은 동성과 성관계해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ㄱ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이 확정되면 ㄱ대위는 군인사법 제40조에 따라 현역에서 제적된다. 유죄 선고에 충격을 받은 ㄱ대위는 법정에서 쓰러져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ㄱ대위는 지난달 13일 부대 지휘관이 승인한 서울 출장 중 체포돼 17일 구속됐다. ㄱ대위는 25일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16일 군검찰은 영내 부사관 숙소와 모텔 등지에서 동성 군인 등과 성관계한 혐의로 ㄱ대위를 기소했다. 군 검찰은 당시 “장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적극적으로 추행행위를 했고 게이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동성애자를 만나 군 기강을 저해했다”며 ㄱ대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2일 ㄱ대위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 4만605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률지원금은 1282명이 후원해 2621만원이 모였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의 수사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반인권적 불법 수사’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장 총장의 지시를 받은 수사팀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강압적 수사를 벌여 동성애자 군인 40~50명쯤의 신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육군본부는 지난달 13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장 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해 수사했으며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는 ㄱ대위가 구속된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 총장과 수사관 4명을 헌법상 평등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 양심의 자유 침해와 적법절차 준수의 원리 위반, 영장주의 위반을 사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의 존엄과 한국 사회의 보편적 인권을 훼손한 군사법원의 판결은 국제적 망신거리”라며 “성소수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국가가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한국은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군형법 조항을 오래 전 폐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육군 측은 “ㄱ대위는 사적 공간이 아닌 부대 내 독신자 숙소에서 다른 동성과 성관계를 했다”며 “이밖에 일과시간 동안 병영 내에서 하급자를 수차례 추행한 혐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육군 관계자는 “재판부는 ㄱ대위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성행위 대상자를 물색하는 등 군 기강 확립을 저해한 점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했다”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은 양형에 유리한 점으로 고려됐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