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월16일, 몸 안 좋아 관저에서 조금 편하게 근무"

손가영 기자 2017. 5.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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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일보, 박근혜 검찰 조서 입수 “제가 어떻게 이재용을 질책합니까”…노무현·박근혜 운명 갈린 23일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조선일보가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65·구속기소)의 다섯 차례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입수했다. 

박씨는 가장 중대한 혐의인 ‘삼성 그룹 뇌물 수수’에 대해 “제가 최순실을 위해 무언가를 한 적이 없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탁을 들어준 것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엔 “피곤이 쌓여 몸이 좋지 않았다”며 “마침 당일 특별한 일정이 없어 관저에서 조금 편하게 일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24일 지면을 통해 단독입수한 피의자 박씨에 대한 검찰 신문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박씨는 지난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1차례, 4월 서울구치소에서 4차례 등 모두 5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 24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씨는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특검과 검찰이) 최순실, 정유연(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과 나의 관계를 완전히 소설처럼 얘기한 것” “최순실이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나에게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부탁하는) 말을 할 수 없다” 등의 진술을 내놨다.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박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25일 독대 당시 박씨로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늦어진다고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박씨는 “어이가 없다. 제가 어떻게 질책을 합니까”라며 “제가 제의를 해서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았는데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씨는 “(뇌물 수수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이라며 “(재임) 3년 반을 고생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검찰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드느냐”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 원 출연금 강제 모금과 관련해서 박씨는 “제가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몰래 받는 것이 상식에 맞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한 “2015년 10월쯤 재단 설립을 위해 청와대에서 매일 회의가 열렸다는 것을 사건이 터진 후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말렸을 것”이라며 “안종범 수석이 그렇게 기를 쓰고 (재단을) 만드는 게 충성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에 대해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은 기억이 없고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면서 “내 평소 신념은 종북·친북 단체들이 문화예술을 빙자해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 24일 조선일보 4면

박씨는 지난달 4일 서울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최순실이 왜 저를 이렇게 속였는지 모르겠다. 제가 속은 것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롯데 관련 검찰 수사 정보를 보고받은 적 있느냐는 검사 측 질문에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개설해준 ‘차명폰’에 대해서 박씨는 “비서가 '보안폰'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보안폰과 차명폰의 차이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박씨는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한 것에 대해 “정호성이 그렇게 다량의 문건을 최순실에게 보낸 것을 알지 못했고,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법정 서는 날 ‘노무현 8주기’… “노무현 부활의 날, 박근혜 굴욕의 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두 전직 대통령의 엇갈린 운명은 지난 23일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등 국정농단 사건’ 제1회 공판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화마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8주기를 기념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 24일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은 3면 “노무현 부활의 날, 박근혜 굴욕의 날” 제목의 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전직 대통령들의 운명이 갈렸다.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적으로 되살아났다”며 “반면 노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정에 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등 재임 시절 각종 실정에 대한 재검증 여론이 커지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영욕이 교차한… 前現 대통령 4인의 하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3년 이후 14년 동안 보수와 진보는 각각 2명씩의 대통령을 배출했다”며 “이날은 이들 전·현직 대통령 4명의 엇갈린 운명이 극명하게 대비된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지난 23일 1회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18개 혐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씨 측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라 기소된 게 아니고 추론과 상상”이라고 변론했다. 재판 내내 정면을 바라보며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던 박씨는 재판부가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인사말을 통해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 24일 경향신문 1면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개혁기조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그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각오를 다지며 동시에 ‘노무현 시대’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면서 “특정 ‘진영’에 갇혀 ‘그들만의 대통령’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뜨거운 다짐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날 추도식 현장 분위기에 대해 “‘정치적 보복으로 인한 타살’이란 지지자들의 분노 속에 일부 정치인들에게 야유와 욕설, 물세례가 쏟아졌던 과거 추도식과는 달리, 이날 추도식은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테러 두 달 만에 또 자폭 테러

영국 북서부 도시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지난 22일 밤(현지 시각)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부근에서 5명이 사망한 차량 테러가 발생한 지 2개월 만이다. 피해 규모를 비춰보면 지난 2005년 7월 52명이 사망한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이후 영국 내 최대 테러 사건이다.

▲ 24일 조선일보 10면

영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즉각 이번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 테러대응전담팀과 국내 정보국인 MI5 요원 등을 수사에 투입했다.

영국 경찰은 테러 용의자로 23세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폭발 현장에서 사망한 범인의 공범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이슬람국가(IS)’는 지난 23일 IS 인터넷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우리 전사가 십자군 군중 속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면서 “앞으로도 (서방 세계를 향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겨레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인사에 대해 “검찰개혁을 예고하는 인사 태풍이 검찰을 휘몰아친 데 이어 대법원도 술렁이고 있다”며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소장 지명에 이어, 대법원장을 비롯한 최고법원의 구성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24일 한겨레 13면

한겨레는 “당장의 관심은 22일 천거를 마감한 대법관 후보로 누가 제청되느냐”라면서 “법원 안팎에선 법원과 검찰을 거치지 않은 변호사 출신이 제청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고 분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 후보로 변호사 8명을 공개 천거했다. 이 중 판사 출신은 윤재윤(64·사법연수원 11기) 조재연(61·12기) 황정근(56·15기) 김영혜(58·17기) 변호사 등 4명이고 나머지 4명인 김형태(60·13기) 강재현(57·16기) 김선수(56·17기) 한이봉(53·18기)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김선수 변호사를 공개 천거했다.

한겨레는 이어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며 “첫 여성 대법원장 임명을 점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개혁성향 전직 대법관의 기용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전수안(65·8기)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 등이 골고루 거명된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24일 아침 주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문 대통령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
국민일보 ‘꿈’을 얘기한 文 대통령… ‘법’ 앞에 선 朴 전 대통령
동아일보 영욕이 교차한… 前現 대통령 4인의 하루
서울신문 법정서 혐의 부인한 ‘피고인 박근혜’
세계일보 [단독] 문정인 “서해평화지대로 남북 대화 물꼬 터야”
조선일보 ‘40년 지기’ 두 사람, 눈길 한번 안줬다
중앙일보 “다신 실패 않겠다”
한겨레 문 대통령 “국민과 눈 맞추며 단단하게 개혁할 것”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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