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 약 안 먹고 찜질방 가면 낫는다고요?

서성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 2017. 5.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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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포커스] 아토피피부염
서성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

지난해 말, 한 엄마가 다섯 살 짜리 아들을 데리고 진료실을 찾았다. 아이는 온몸이 가렵다고 했고, 긁다가 진물까지 났다. 목과 사타구니에는 국소적으로 림프절이 만져졌다. 중증 아토피피부염과 그로 인한 2차 감염으로 진단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른 이유에 대해, 아이 엄마는 "아토피피부염은 땀을 내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아이를 매일 찜질방에 데리고 가서 땀을 흘리게 했다"고 고백했다. 스테로이드나 보습제는 안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 한 번도 발라준 적이 없고, 고기를 일절 먹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증상이 나빠지는 걸 명현 반응이라고 생각했다가, 심각한 상태가 돼서야 병원에 데려온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10일간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은 끝에 증상이 호전돼 퇴원할 수 있었다.

아토피피부염은 재발성 만성 피부 질환이다. 병을 유발하는 원인과 기전이 다양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치료를 오랫동안 받아서 지치거나,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먹이지 않고 방치하곤 한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현혹되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옆길로 새면' 증상이 악화돼서 병원을 다시 찾아오곤 한다.

아토피피부염을 극복하려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치료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태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광선치료 등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이 약해도 피부에는 염증반응이 있는데, 염증반응 때문에 가려움증이 유발되면 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염증이 악화되는 '가려움 긁기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만성화되는 것이다. 반드시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보습도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도 정상인에 비해 피부 장벽이 손상돼 있는 상태다. 피부 장벽을 개선하는 데에는 보습이 도움이 된다. 악화 인자(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등)도 피해야 한다. 이것들을 완전히 회피하는 건 어렵지만, 일부 환자는 이런 물질을 소량으로 장기간에 걸쳐 투여하는 면역치료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에 '빠른 시간에 완치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독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전문가와 함께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쓰면 분명히 아토피피부염으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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