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이기심.. 마음에도 방패가 필요하다

북스조선 유영훈 기자 2017. 5.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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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의 힘

이승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28쪽 | 1만3000원

갑자기 자신의 얼굴로 벌이 날아든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눈을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등의 무의식적 반사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에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숨 막히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비난으로 생채기가 난다. 견뎌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우리는 그 많은 화살을 받아낸다. 견디는 것이, 아픈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월급과 행복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모두는 우리에게 이겨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동안 부도덕한 자기변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합리화의 쓸모를 이야기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로 근무했던 저자는 안나 프로이트가 정의한 20여 가지의 방어기제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하버드 대학의 조지 베일런트가 성숙도를 기준으로 분류한 층위별 방어법 등 다양한 개념을 안내한다.

저자는 적당한 수준의 장애물 앞에서 변명하는 것은 부도덕한 합리화일 수 있지만 저항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볼 수 있듯이, 합리화란 너무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따 먹는 일처럼 애당초 실패하고 낙심하기 쉬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석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 멍청이야, 내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건이 더 좋았다면 해낼 수 있었을 텐데, 해냈다고 하더라도 좋았으리라고 볼 수도 없어"라고 생각하는 쪽이 지금의 기분은 물론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도 좋은 정서적 토양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내느냐보다 얼마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내 잘못일 수 없는 것처럼, 합리화는 나를 위한 합당한 보호막이자 방패이며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치유의 방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가끔 세상은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한다.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저항하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남들도 똑같이 불합리를 견디며 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언제 비난받고 공격당할지 모른다. 세상이 나를 부당하게 공격하는 거라면 굳이 나도 도덕적인 잣대에 매달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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