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내 꿈보다 소중한 어머니 위해 유턴 결심"

2017. 5. 24. 0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격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복귀를 선언한 장하나가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장하나는 자신 때문에 생이별했던 부모님을 위해 국내 유턴을 결정했다. 사진제공|스포티즌
■ KLPGA 복귀하는 장하나의 진심 한국에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 결국엔 우울증 세계랭킹 1위만이 최고의 행복인줄 알았는데 성적보다 행복한 골프인생 만들기 위해 결심 부모님과 맛집 찾아다니며 여행하고 싶어요

“세계랭킹 1위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장하나(25)는 약 2년 반의 짧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활동을 정리하고 국내로 복귀하기로 전격 선언했다.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한 장하나는 먼저 자필로 써온 복귀 결정 이유문을 읽었다. 또박또박 회견문을 읽어 내려간 장하나는 “골프를 시작한지 17년이 됐고, 프로골퍼가 된지도 8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영광의 순간들을 누려왔고,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그때마다 많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가 있어서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숨겨왔던 또 다른 복귀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 순간 장하나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였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동안은 세계랭킹 1위가 목표였고, 운동을 했기에 그게 최고의 행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더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시는 노령의 아버지와 한국에 홀로 남아 외로운 생활을 하고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늘 딸을 위해 ‘네가 잘 되면 그게 행복이다’고 말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면 골프를 잘 치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더 즐거운 골프인생을 살고 싶다.”

장하나. 사진제공|스포티즌
장하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골프를 시작했다. 검도, 스케이트 등 다른 운동들도 좋아했다. 어려선 ‘골프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2004 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제주도에서 이벤트 경기에 나섰을 때는 특별초청을 받아 짧은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 정도로 어린 장하나는 골프계에서 유명했다.

부모는 마흔 살을 넘겨 얻은 그런 외동딸을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쳤다. 장하나의 부모는 서울 반포에서 고깃집을 했다. 어머니는 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딸의 뒷바라지에 매달렸다. 그렇게 20년 가까이를 살아왔다.

장하나가 미국으로 떠난 이후로는 삶이 더 크게 바뀌었다. 아버지와 딸은 미국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고깃집을 정리하고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했다.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장사를 하며 부지런히 살아온 어머니 김연숙(66) 씨는 외로운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우울증이라는 병까지 얻었다.

장하나는 “엄마는 표현을 하지 않으셨지만, 딸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었다. 국내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수백, 수천 번을 생각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한 뒤 내린 결정이다”며 눈물을 씻어냈다. 어머니는 딸의 속 깊은 이야기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외롭고 힘든 LPGA 생활도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만든 이유다. 장하나는 “우승을 하거나 연습을 하고 난 뒤에 힘든 몸을 이끌고 호텔 방에 들어가면 허전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축하를 받아도 그때뿐이었고, 그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컸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행복해지기 위해 골프를 하고 있는데 허전해지는 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고, ‘이러다가는 골프선수로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밀려왔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장하나. 사진제공|KLPGA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터진 전인지(23)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장하나는 “사람이니까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일을 지금까지 간직하면서 계속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그게 이유라면 잘못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골프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찾기 위해 복귀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장하나는 “성적보다 행복한 골프인생을 만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랬다. 이어 “운동선수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정을 했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엄마, 아빠와 함께 맛집도 찾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싶다. 첫 시합이 제주도(롯데칸타타여자오픈 6월 2∼4일)에서 열리는데, 내려가자마자 돌돔부터 먹어야겠다”며 특유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LPGA 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장하나의 소식을 듣고 “굿바이, 굿 럭(Good bye, Good luck)”이라며 새 출발을 응원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다시 시작하는 장하나의 골프인생 2막이 기대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