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끌까끌한 실리콘 표면에 세균 잘 붙어.. 암까지 유발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 5. 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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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돋보기] 실리콘 보형물이 정말 유방암 유발할까
美 FDA, 2011년 위험성 첫 발표
전 세계 환자 359명, 국내엔 없어.. 유방 붓거나 멍울 만져지면 의심

지난 14일 뉴욕 타임스에 유방 재건술이나 성형술에 쓰이는 실리콘 보형물이 유방 림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유방 재건술 시행 건수는 2000년 99건에서 2016년 8473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보험 적용이 안 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방 성형술을 받은 사람까지 있어, 보형물을 삽입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리콘 보형물이 정말 유방 림프암을 유발하는 것일까.

유방 재건술이나 성형술에 쓰이는 실리콘 보형물이 유방 림프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실리콘 표면에 세균막이 염증 유발해 암으로 발전

실리콘 보형물이 유발한다고 알려진 유방 림프암의 정식 명칭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CL)'으로, 림프에 생기는 악성종양의 일종이다. ALCL은 여성 1억명 중 3명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희소 암으로 분류된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송승용 교수는 "실리콘 보형물 수술을 받은 여성은 ALCL 발병률이 3만~5만명 중의 한 명 꼴로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유방 보형물이 ALCL을 유발한다는 것을 인정했고, 의학계에서는 BIA(유방 보형물 유발)-ALCL이라는 진단명도 생겼다. 하지만 실리콘 보형물이 유방 림프암을 유발하는 명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까끌까끌한 종류의 실리콘 보형물 표면에 세균이 잘 달라붙어 이른바 '바이오필름(세균막)'이라는 막을 만들고, 이 막이 염증을 일으켜 ALCL이 유발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형물 삽입 후 3년째 MRI 검사받아야

현재까지 보고된 BIA-ALCL 환자는 전 세계의 359명뿐이다. 국내 발병 환자는 아직 없다. 다행히 BIA-ALCL은 제때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치료 후 재발 없이 지내는 확률이 93%에 달한다. 송승용 교수는 "BIA-ALCL은 보형물 제거와 보형물 주변 조직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BIA-ALCL은 보형물 주변에 액체가 차오르는 특징적인 증상을 보인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한원식 교수는 "보형물 삽입 직후에는 보형물 주변으로 혈액이나 진물 등 액체가 고이는데, 2~3주가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며 "이 기간이 지난 후 액체가 다시 생겨 유방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BIA-ALCL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방이나 겨드랑이 부위에 멍울이 만져지기도 한다. 대부분 특별한 통증은 없다. MRI로 촬영하면 유방 보형물 주변의 액체 유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정기적으로 MRI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미국식품의약국은 보형물 삽입 후 3년 후부터 2년 주기로 MRI 촬영을 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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