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몰린 아이돌 공연 직후 자살폭탄 '쾅'.. 英총선 스톱

맨체스터/장일현 특파원 입력 2017. 5. 24. 03:12 수정 2017. 5. 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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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자폭 테러]
- 런던 테러 두달만에.. 英 또 충격
'못 폭탄'에 22명 사망·59명 부상 "사방에 사람들 피흘린채 쓰러져"
용의자 즉사, 공범 추정 1명 체포.. IS "우리 전사가 폭발물 설치"
10대 청소년 많아, 어린이도 다쳐.. 2005년 이후 英 최악 테러 피해
英정치권 "선거운동 잠정 중단"

영국 북서부 중심 도시인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22일 밤(현지 시각)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다쳤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이번 폭탄 테러는 2005년 7월 7일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이후 영국 내 최대 테러 사건이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출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폭탄 테러를 벌여 52명이 사망했다. 그 뒤로도 영국을 겨냥한 테러 사건은 5차례나 있었다. 지난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부근에서 사망자를 5명 낸 차량 테러가 발생한 지 2개월 만에 테러 공격이 또다시 발생하자 영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의 정보기관 MI5는 그동안 영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경고를 수차례 했지만, 이번 테러를 막지 못했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북서부 중심 도시인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다리를 다친 관람객(가운데)이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시 공연장에는 10~20대 관객 2만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뉴스픽쳐스

영국 정부는 즉각 이번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 테러대응전담팀과 국내 정보국인 MI5 요원 등을 사건 수사에 투입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23일 인터넷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우리 전사가 십자군 군중 속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이번 테러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앞으로도 (서방 세계를 향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번 테러와 관련해 23세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범인은 폭발 현장에서 사망해 그의 공범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는 오후 10시 30분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발생했다. 장소는 공연장 입구 바깥쪽 티켓 판매소 근처였다. 당시 공연장에는 10~20대 관객 2만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며, 사방에서 비명이 들리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영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공연장을 찾았던 앤디 홀리씨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내 몸이 10m 정도 날아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에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북서부 중심 도시인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다리를 다친 관람객(가운데)이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시 공연장에는 10~20대 관객 2만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뉴스픽쳐스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미국 아이돌 스타의 공연이었던 탓에 피해자 중엔 10대가 많았고, 어린아이도 포함됐다. 공연장 밖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던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자녀의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장 안팎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테러에 이른바 '네일(nail·못)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폭탄이 터진 장소에 못과 볼트, 너트 등이 흩어져 있었다"고 했다. '네일 폭탄'은 다량의 못과 쇠붙이를 넣어 만든 폭탄으로, 살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폭발물이다. 2013년 미 보스턴마라톤 테러 당시에도 못이 가득 담긴 압력솥 폭탄이 사용됐다.

맨체스터에 사는 중동과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은 이번 테러가 영국인들의 외국인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공연장 인근 카센터에서 일하는 무니르(44)씨는 "맨체스터는 정말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며 "이런 평화가 야만적인 테러 때문에 깨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한 미국의 유명 아이돌 가수 그란데는 무사히 공연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테러 직후 트위터에 "가슴이 찢어졌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너무너무 안타깝다. 도저히 할 말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테러로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인근 빅토리아역이 폐쇄되면서 많은 시민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CNN은 "맨체스터 주민들이 소셜미디어에 '룸포맨체스터(#RoomForManchester)'라는 해시태그를 올리고 자신들의 방과 음식을 관람객들에게 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이들의 시민 정신이 돋보이는 하루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비상대책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주재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파악 중이고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치와 조국, 삶의 방식은 언제나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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