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BI수사 막으려 정보당국 수장에도 압력"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5. 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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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전·현직 관리 인용해 보도]
DNI·NSA국장에게 각각 전화, 러와 연계 없다고 발표하라고 요청
兩국장 모두 부적절하다며 거절
러 스캔들 핵심 플린 前보좌관, 러시아 방문 때 강연료 받아
국방부에 거짓 진술한것 드러나
플린 前 보좌관.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정보 당국 수장들에게도 압력을 넣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 시각)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수사를 막기 위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경질했다는 의혹에 이어, 정보 당국에 압력을 넣은 정황까지 나온 것이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연계가 없다는 점을 (성명 등 형식으로)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미 전 FBI 국장이 지난 3월 20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접촉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증언한 직후였다. 코츠 DNI 국장과 로저스 NS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로저스 국장 간 통화 내용은 NSA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기록해 남겼다. 코츠 국장과의 대화가 기록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츠 DNI 국장과 빈센트 스튜어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23일 상원 군사위에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비공개 증언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이날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3일 미 하원 정보위에 출석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증언한다"고 보도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판단한 인물이다.

DNI 국장과 NSA국장 - 댄 코츠(왼쪽)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오른쪽)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에 관한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막기 위해 정보 당국 수장인 이들에게도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WP는 또 백악관 고위층도 정보 당국 최고위급 인사들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FBI에 요청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법률 자문을 했던 제프리 스미스는 WP에 "CIA를 이용해 FBI의 워터게이트 조사를 중단시키려다 실패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플린 전 보좌관이 지난 2015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관영 RT 방송 10주년 행사 참석과 관련해 "미국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고 국방부 측에 진술한 것도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실제로는 러시아 RT 측에서 강연료로 4만5000달러(5045만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AP통신은 플린 전 보좌관이 상원 정보위원회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거절하고,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상원 정보위는 FBI와 별도로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플린은 백악관에 들어서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캠프에서 플린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미치광이(nut job)"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코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DNI 국장과 NSA국장 - 댄 코츠(왼쪽)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오른쪽)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에 관한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막기 위해 정보 당국 수장인 이들에게도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지난 17일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위해 임명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이날 FBI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특검은 조만간 코미 전 국장을 만나 직접 설명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전달한 테러 관련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는 당시 대화에서 이스라엘이란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유출 의혹은 또 하나의 틀린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상황만으로도 정보원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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