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때 '비전 2030' 설계자들, J노믹스 주역 됐다

이진석 기자 2017. 5. 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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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비전 2030' 보고서]
'변양균 사람들' 김동연·홍남기·이정도, 文정부서 다시 팀워크 맞춰
- 11년전 변양균의 기획예산처 주도
김동연이 아이디어 던지면 홍남기가 靑에 설명하는 '포수'역
- 폐기됐지만 돌려보는 '참고서'
성장과 복지 동시 추구가 핵심.. MB·朴정부서 실제 정책 되기도
文정부 '비전 2050' 만들 가능성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되면서 11년 전인 2006년 8월, 발표와 동시에 "비현실적"이라며 폐기됐던 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됐던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라는 140쪽짜리 보고서는 2030년을 겨냥한 국가 개조 청사진이었다. 25년간 1100조원을 투입해 성장과 복지를 이루겠다는 국가 발전 전략이 담겼다. 당시 변양균 장관이 이끌던 기획예산처가 주도했고,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 전면에 나서고 있는 '변양균의 사람들'이 실무를 담당했다. 기획예산처 국장이었던 김동연 후보자를 비롯, 청와대 정책실장 보좌관이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비전 2030'의 설계자이다.

비전 2030은 소득 중심 성장을 내건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전 2030을 만든 주역들이 다시 팀워크를 맞추게 됐으니 한번쯤 읽어둬야겠다"는 말이 돌고, 업그레이드해서 '비전 2050'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변양균 사람들, 11년 만에 팀워크 맞추나

비전 2030 프로젝트는 2005년 7월부터 1년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 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연구소 등에서 6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민·관 합동 작업단이 꾸려졌다. 당시 기획예산처가 주도권을 쥐었다.

한 관계자는 23일 "당시 김동연 국장이 아이디어를 던지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홍남기 과장이 '포수(청와대에 설명하는 역할)'를 잘해서 팀워크가 좋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예산처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제 부처 내부의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EPB(경제기획원의 영문 약자) 간 갈등이 증폭될 정도였다는 후문도 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구경꾼이나 다름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재정경제부는 비전 2030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경제 부처의 종가(宗家)라는 자존심을 구겼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변양균 장관은 보고서 발표를 한 달쯤 앞두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진했고, 기획예산처는 예산 업무 외에 '양극화 민생대책본부'까지 설치할 정도로 영역을 넓혔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은 "예산만 아니라 국가 전략기획본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약칭을 '예산처'가 아니라 '기획처'로 불러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독주 양상은 부메랑이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득세한 모피아 출신들은 기획예산처를 폐지하고 재정경제부에 흡수시켜 기획재정부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9년 만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폐기됐지만, 쉬쉬하면서 보는 '참고서'

비전 2030은 정부와 민간 싱크탱크가 총동원돼 만든 것이라 성장과 분배의 다양한 분야를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참고서로 삼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 장관급 인사는 "우리가 만든 '동반성장위원회'는 비전 2030에 나오는 동반 성장이라는 단어를 참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 성장 개념은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선(先) 성장, 후(後) 분배' 패러다임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와 사회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으니 성장과 복지 동시 추구 전략으로 등장한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 세계 8위 경제 대국이 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담았다. 2005년 당시 1만600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 4만9000달러로 높아지고, 2005년 세계 41위이던 삶의 질 순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기준)는 10위권으로 도약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50대 핵심 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것이 적지 않다. 특히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해외 자원 개발, 차세대 성장 동력 투자 확대 등 성장 전략은 후임 정부에서 시행됐다. 복지 분야에서도 근로 장려 세제 시행,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 등이 현실화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였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비전 2030에 나오는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이 오리지널"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 등이 비전 2030 보고서를 다시 꺼내 든다면 핵심 과제 50건 중 전임 정부에서 미진했거나 시행하지 않았던 항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 서비스 일자리 확대, 남북 교역 및 남북 투자 확대, 병력 감축,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 일자리 81만개 확대 등으로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 이미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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