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자녀 입학 때 한달 휴가..과장 진급자 모두 해외연수

김충령 기자 2017. 5.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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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혁신 방안 발표]
- '식품' 등 여성근로자 비중 높아
일시적 아이 돌봐야 할 상황 땐 하루 2시간 단축 근무 가능
퇴근 후 문자 업무지시 금지
"우수 문화 기업에 인재 몰려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될 것..
롯데는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 포스코는 난임치료 휴가 도입"

CJ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김모(39)씨는 내년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여성 직장인들에게 아이의 학교 입학은 출산에 이은 '제2의 위기'로 불린다. 하교 시간도 유치원보다 빠른 데다 입학 초기 학교 적응을 위해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큰 걱정을 덜었다. CJ가 올 6월 1일부터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휴가를 쓸 수 있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제도, 자녀를 돌볼 필요가 있을 때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일과 가정의 양립',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임직원의 해외 경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문화 혁신 방안을 23일 발표했다.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포함해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휴직·휴가를 대폭 확대하고, 모든 과장 진급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끌어올려 '2020년 매출 100조원'이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7일 경영에 공식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CJ의 핵심 가치는 '온리원'(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과 더불어 '상생', '인재'"라며 "조직문화 개선 없이는 기업의 변화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녀 학교 입학 때 한 달 휴가, 최장 6개월 해외 연수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는 남녀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 나머지 2주는 무급으로 휴가를 쓸 수 있다. 직원이 일시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시행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를 '2주간 유급'으로 늘렸다.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을 임신 12~36주 기간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최장 6개월간 무급으로 해외 연수 휴직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노크', 과장 승진자 전원을 일주일 동안 해외에 내보내는 '글로벌 봐야지' 제도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올해 과장으로 승진한 800명은 해외 사업장으로 연수를 가게 된다. 입사 후 5년마다 최대 한 달간 휴가를 갈 수 있는 '창의휴가제'도 도입했다. 재충전과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원의 휴가비도 별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퇴근 후와 주말에 문자·카톡 등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캠페인도 벌인다.

포스코 '난임치료 휴가', 롯데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 등 기업 전반으로 확산

CJ의 주력 사업은 '식품'과 '문화 콘텐츠'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분야인 데다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10년 차 안팎의 베테랑 직원이 출산·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그룹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했다. 출산 전후, 자녀 초등학교 입학 전후처럼 불가피한 퇴직이 많은 시기에 휴가제도를 강화해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CJ 측은 일본 등 해외 선진국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며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했다. 한국과 기업문화가 상대적으로 비슷한 일본에서도 2012년 이후 '일과 가정의 양립'을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기업문화 개선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다. CJ는 지난 2000년 대기업 최초로 직함 대신 전 사원이 서로 '님' 호칭을 쓰도록 했고, 복장 자율화도 시행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4년제 대졸 취업준비생 12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 공채에 지원할 그룹으로는 'CJ'가 응답률 53.1%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성 취준생들의 경우 60.2%로 선호도가 더욱 높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젊은 세대일수록 유연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문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CJ 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로 직장문화 개선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올해 초부터 남자 직원이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포스코도 지난 3월 난임(難妊) 치료 휴가, '완전 자율 출퇴근제'나 '전환형 시간 선택제'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그룹본부 관계자는 "더 이상 야근을 밥먹듯 하는 경직된 조직문화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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