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대중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20년 성찰… 참여정부 뛰어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노무현 前대통령 8주기 추도식]문재인 대통령 추도사… ‘새 정부’ 포부 밝혀

추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약 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밝혔다.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추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약 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밝혔다.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중략)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 같은 공간, 달라진 분위기

2010년 5월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은 굵은 빗줄기 속에 치러졌다. 노란 우의를 입은 추모객들은 엄숙한 애도의 분위기 속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그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뒤인 이날, 공간은 같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행사장은 추모식 시작 40분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과 모자를 쓴 추모객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으로 가득 찼다. 내빈들이 들어올 때마다 박수가 나왔고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박수는 더욱 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의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야, 기분 좋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로 각별했다.

이번 대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색채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 측근들의 공통된 평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꿈에 보고 싶은 얼굴’로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꽤 여러 번 꿈에서 만났으나 대화를 못해 아쉽다”는 게 이유다.

○ 文, “성공한 대통령 되어 다시 올 것”

노건호씨 “탈모 심해 삭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오른쪽)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권양숙 여사, 오른쪽은 눈물을 훔치는 김정숙 여사, 정세균 국회의장.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노건호씨 “탈모 심해 삭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오른쪽)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권양숙 여사, 오른쪽은 눈물을 훔치는 김정숙 여사, 정세균 국회의장.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심경은 남달랐을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오겠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에게 큰 숙제를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추모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노무현의 친구’이자 새 정부의 수반이 된 문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은 추모사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며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지지층으로부터만 인정받는 대통령을 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부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진영의 대립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이라고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식 참석으로 벌어질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새 시대를 여는 첫차가 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보수 진영에 정권을 넘겨줬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문 대통령 외에도 민주당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해=장관석 기자
#문재인#추도사#노무현#노건호#정세균#박근혜#김대중#참여정부#이명박#8주기#재판#4대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