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크리스 코넬, 그렇게 가는게 어딨어?

입력 2017. 5.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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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여름밤은 뿌연 그림처럼 기억된다.

그날은 크리스 코넬이 세상을 뜬 날이었다.

밴드 사운드가든과 오디오슬레이브의 보컬, 바로 그 코넬.

코넬이 동료 음악가이자 룸메이트였던 앤드루 우드(1966∼1990)를 추모하려 만들어 부른 'Say Hello 2 Heaven'(템플 오드 더 도그)은 이제 와 들으니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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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3일 화요일 흐림. M에게.
#249 Temple of the Dog 'Say Hello 2 Heaven' (1991년)

[동아일보]

그 시절 여름밤은 뿌연 그림처럼 기억된다.

전경에 너의 얼굴이 있다. 사람들이 나를 닮았다고 놀리던 그 얼굴.

M아, 기억이란 폭탄 같다. 의식의 땅 밑에 묻혀 있다가는 어느 순간 발아래서 폭발하더라. 작년에 P시에서 마지막으로 널 본 지 1년이 돼간다. 며칠 전 e메일을 보냈는데 여전히 넌 연락이 닿지 않는구나. 그날은 크리스 코넬이 세상을 뜬 날이었다.

밴드 사운드가든과 오디오슬레이브의 보컬, 바로 그 코넬. 아무래도 그때 내 카세트테이프가 불량이었나 봐. 내가 가진 사운드가든의 ‘Superunknown’ 테이프에서는 첫 곡에서 노래가 테이프를 빠르게 돌린 것처럼 왜곡돼 시작해 점점 정상 속도로 내려앉거든. 마지막 곡에선 반대로 점점 빨라지며 끝을 향하고. 아주 오랜만에 음원 사이트에서 그 앨범을 다시 들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정상 속도였더라고. 테이프 공장에서 발생한 사소한 불량. 그것 때문에 나만이 그 음반을 더 환상적으로 들은 거였다니. 웃기지.

사운드가든의 음악은 ‘환상특급’에 나오는 이상한 철물점 같았다. 차가운 무채색의 공구들 사이로 이따금 무심히 장미 몇 송이 섞어 걸어둔 어두운 인공정원. 강철 서릿발 같은 록 사운드랑 달콤한 멜로디 사이를 넓은 음역과 독특한 음색으로 질주하던 코넬은 꼭 1990년대의 로버트 플랜트 같았어. 코넬이 무대에서 통기타 치며 부른 레드 제플린의 ‘Thank You’를 혹시 들어봤는지. 영화 ‘007 카지노 로얄’ 주제곡 ‘You Know My Name’도 정말 멋졌는데….

코넬이 동료 음악가이자 룸메이트였던 앤드루 우드(1966∼1990)를 추모하려 만들어 부른 ‘Say Hello 2 Heaven’(템플 오드 더 도그)은 이제 와 들으니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다. 하긴 그 사람, 거의 추도 전문가였지. 첫 솔로앨범 ‘Euphoria Morning’(1999년)에선 제프 버클리(1966∼1997)를 위해 ‘Wave Goodbye’를 부르더니 재작년엔 밴드 매드 시즌의 보컬 자리에 레인 스탤리(1967∼2002) 대신 들어가서 노래했지. 자기나 잘하지.

코넬은 스스로 목을 맸다네. 그렇게 형편없이 가는 게 어딨어?

가끔 어두운 조명 아래서는 짙은 갈색과 검정이 구분되지 않더라. 기억은 또 언제고 발밑에서 폭발할 테고 우린 또 영혼을 절룩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겠지. 건강하길. 지금 어디에 있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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