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뭡니까" .. "무직입니다"

현일훈 2017. 5. 2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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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대법정의 3시간
박, 재판내내 무표정하게 정면 응시
검사 공소사실 설명 땐 작게 한숨
최순실과는 눈길도 한번 안 마주쳐
최, 울먹이듯 코 훌쩍이며 답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박 전대통령,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변호인과 함께 오른쪽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임현동 기자]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

“무직입니다.”

김세윤 부장판사의 질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면을 응시하며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얼굴은 무표정했다. 주소를 묻는 말엔 “강남구 삼성동….” 생년월일이 1952년 2월 2일이 맞느냐는 말엔 “그렇다”고 했다. 재판 시작 전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 절차였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고 재판대 오른편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남색 재킷에 정장 바지 차림으로, 왼쪽 옷깃에는 ‘503’이라는 서울구치소 수용자 번호가 적힌 둥근 배지가 붙어 있었다. 눈가가 약간 부은 듯한 얼굴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한 것처럼 뒷머리를 큰 머리 집게로 고정했다. 옆에는 검은색으로 된 큰 똑딱이 핀 3개가 꽂혀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구치소에선 금속 재질로 된 실핀을 사용할 수 없어 큰 핀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곧이어 밝은 베이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최순실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두 사람은 인사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뒤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잠시 귀엣말을 나눈 것을 제외하고 재판이 진행된 약 3시간 동안 내내 검사들이 앉아 있는 정면을 응시했다. 그는 재판장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돌려 일어선 후 재판부를 향해 답변했다. 그 외에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거나 의자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듯 올리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사진·영상 취재진에게 허용된 약 2분의 촬영시간에도 취재진 쪽으로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설명할 때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끔 물을 따라 마시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가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힌 뒤에 재판장이 “피고인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 발언은 이때와 이름, 주소를 말한 때 등 총 세 차례가 전부였다.

최씨는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대답하는 동안 울먹이듯 코를 훌쩍였다. 유 변호사의 발언 후 최씨가 뭔가 말하려는 듯 마이크를 잡아당기자 그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말렸다. 최씨는 검사가 발언할 때 메모를 했다.

중간에 10분간의 휴정시간이 있었으나 최씨가 먼저 피고인 통로로 나가고 그 뒤에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해 두 사람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할 때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과 허원제 전 정무수석이 피고인 출입구와 맞닿은 좌석에서 도열하듯 서서 응시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앞만 보고 이동했다.

김 부장판사는 “박근혜 피고인”이라고 줄곧 불렀고 검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피고인” 등의 표현을 섞어 썼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법원은 사전 응모를 거쳐 68석에 한정해 시민들에게 방청권을 제공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는 재판 방청을 시도하러 법원에 왔다가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재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롯데가 재단 출연금 외에 추가로 낸 70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제3자 뇌물수수)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신 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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