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朴 허물 벗겨달라" 울먹여도.. 박근혜는 崔를 외면했다

김현빈 2017. 5. 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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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재판정 표정

朴, 초췌한 모습으로 정면 응시

崔는 방청석 둘러보는 등 부산

朴측 “상당수 증거가 언론 기사뿐”

崔, 검사 실명 들며 수사 부당 주장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서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대면한 ‘40년 지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는 3시간가량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차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밝히자 최씨가 자리에 일어나 “검찰이 (혐의를) 몰고 가는 형태”라며 “이 재판이 정말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겨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순간에도 박 전 대통령은 최씨를 외면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은 두 사람의 대면을 지켜보기 위해 찾은 200여명의 방청객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오전 10시 재판부가 재판 시작을 알리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10초가량 차이를 두고 법정에 등장했다.

먼저 입장한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 유영하(55ㆍ사법연수원24기) 변호사 왼쪽에 앉자 이어 등장한 최씨가 자신의 변호인인 이경재(68ㆍ4기)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자신의 재판에서 수의를 입어왔던 최씨는 이날 사복 차림인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아이보리 색 재킷을 입었다.

서로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두 사람의 법정 자세는 상반됐다. 변호인이 건네는 물을 마시거나 가끔 천장을 쳐다볼 때를 제외하고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최씨는 재판부와 방청석을 둘러보거나 자신의 심경을 정리하는 듯 메모에 열중하는 등 다소 부산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이원석(48ㆍ사법연수원27기) 특수1부장과 한웅재(47ㆍ28기) 형사8부장 등 8명의 검사가 앉아 있는 맞은 편 검사석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건네기도 했다.

차분했던 법정은 검찰 측이 공소요지를 밝히면서 양측 공방으로 뜨거워졌다. 이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 부장검사는 “전직 대통령께서 구속돼 법정에 서는 모습은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일 수 있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법절차의 영역에서 심판이 이뤄져 법치주의가 확립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소요지를 설명하는 단계에선 검찰은 ‘박근혜 피고인’이라고 호칭을 분명히 했다. 이 부장검사와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 등 혐의를 빠짐없이 밝혔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 변호사는 검찰이 내세운 증거 중 다수가 언론기사임을 문제 삼으며 “상당수 증거가 대부분 언론기사로 돼 있는데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느냐”며 “이런 논리라면 지금 (논란이 불거진)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 역시 얼마든지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씨 측 이 변호사도 “촛불시위로 수사ㆍ소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검찰은 정치ㆍ사회 여건 변동에 따라 시각과 관점을 달리해 직권남용과 강요, 뇌물혐의로 기소하는 등 변화무쌍한 기술을 선보였다”며 비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이를 부인한)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며 “추후에 말씀 드리겠다”고 짧게 언급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최씨는 검사의 실명을 언급하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최씨는 “검찰이 저한테 모든 걸 시인하라고 (강요)했고, 저와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로 엮으려고 애를 썼다”며 “다음 재판부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한 것을 충분히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40년간 지켜본 대통령을 (이 자리에) 나오시게 해 제가 죄인인 것 같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과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방청권을 얻어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이 중간에 10분간 휴정되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빠져나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따로 인사를 건네지 않고 대기실로 곧장 들어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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