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보관 정자로 새끼 쥐 탄생
[경향신문] ㆍISS서 가져와 지구서 수정…포유류 첫 성공
ㆍ인간에 적용 가능할지 주목
무중력 우주공간에 보관된 정자에서 처음으로 포유류의 건강한 새끼가 태어났다. 앞으로는 달에 정자은행을 만들고 우주에서 수정과 출산을 하는 일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일본 야마나시대학 연구팀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동결건조시킨 쥐의 정자로 건강한 새끼 쥐(사진)를 출산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며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험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은 ISS의 일본 실험동에서 2013년 8월부터 9개월간 보관했던 쥐의 정자를 지구로 가져와 난자와 수정시켜 새끼가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험용 쥐 12마리에서 정자를 추출해 총 73마리의 새끼 쥐가 태어났다.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지구의 대재난에 대비해 정자를 극저온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달의 용암동굴 등에 정자은행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자의 일부 DNA는 손상됐지만 출산율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우주에서 추출된 쥐 정자의 출산율은 10%로, 지구상에서 추출한 정자의 인공 출산율보다 1% 정도 낮았다. 연구원 와카야마 사야카는 “일단 수정되면 난자에 의해 DNA 손상이 복원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1994년 송사리를 대상으로 15일간 궤도비행을 하며 생식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실험에서도 물고기의 알들은 정상적으로 자란 바 있다. 단기간 우주체류는 척추동물의 생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하지만 냉동정자가 장기간 우주공간에 머무를 경우 난자의 복원능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DNA 손상이 심각해져 수정과 출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건은 태양 또는 태양계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고에너지 입자들인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생식세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느냐다. 9개월 동안 우주공간에 머문 정자의 방사선 피폭량은 178밀리시버트(mSv)로 같은 기간 지상에서 보관된 정자의 약 100배였다.
연구팀은 정자의 DNA가 방사선 피폭량에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는지도 연구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3~5년 정도 장기 보관한 정자로 같은 실험을 해 방사선의 영향을 측정하고 우주에서 쥐의 수정란을 배양하는 실험도 추진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도 ‘채 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수사팀 최대 104명 ‘국정농단’급 규모
- [단독]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지명 직후 딸과 ‘3000만원 차용증’ 뒤늦게 작성 논란
-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핵심 신범철, 공수처 소환 임박하자 국민의힘 탈당
- [단독]“방탄소년단 음원사재기 의혹 밝혀달라” 문체부 조사예정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이재명 ‘15분 발언’에 당황한 용산··“처음부터 반칙” “얼마나 할말 많았으면”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