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속된 동성애 장교 변호인 "성관계 체위를 국가가 정하겠다는 것"

허진무 기자 입력 2017.05.23. 16:16 수정 2017.05.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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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들레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김인숙 변호사(55)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관계할 때 어떤 체위는 되는데 다른 체위는 안 된다고 국가가 정하는 거죠.”

육군의 동성애자 장교 수사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장교는 구속기소돼 24일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들레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동성애자 장교를 변호하는 김인숙 변호사(55)를 만났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며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장이다.

군검찰이 동성애자 ㄱ대위를 기소한 근거인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ㄱ대위는 부대 지휘관이 승인한 출장 중이던 지난달 13일 체포돼 17일 구속됐다. ㄱ대위는 25일 전역할 예정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의 동성애자 색출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강압적 수사를 벌여 동성애자 군인 40~50명쯤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육군본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해 수사했으며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ㄱ대위의 선고공판은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잠자리를 들여다보는 ‘군형법 제92조의6’

-왜 ㄱ대위의 변호를 맡게 됐나.

“제가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장이다. 군인권센터에서 제보를 받고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을 알게 됐다. 운영위원인 변호사들과 상의해 법률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군인권센터가 군대 내 군인들의 인권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고 활동해 많은 문제를 밝혔다. 저도 군대 학대나 총기사고 문제에 꾸준하게 관여했다. 군대야말로 사실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곳이지 않나. 민간의 감시가 없는 곳이라 인권의 사각지대였다. 그런데 군대에서 사건이 생기면 엄청난 피해가 생긴다. 총을 든 젊은이들을 모아놓으니 늘 긴장이 있는 곳이다. 사실 군사문화는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저도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에서 ‘군번’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군대에서 바른 문화를 만드는 것이 결국 사회 전체를 개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부조리해 보이는 군형법 92조의6은 왜 만들어진 법인가.

“군대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조항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법으로 알고 있는데 청교도적인 신념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 성경을 보면 남색을 금지하는데 아마 기독교 국가의 법률로 만들어진 듯하다. 지금까지 이 조항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지 않았다. 군은 일반적인 행정권이 미치지 않아 ‘치외법권’ 비슷한 영역이었다. 동성애가 군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편견이 이 조항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래서 군대 내에서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존중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법적 감시와 헌법 정신에 의한 규율이 미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제는 뭔가.

“이전 조항에 ‘계간’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말에 비하의 의미가 있다고 해서 2013년 ‘항문성교’로 개정됐다. 하지만 이 조항을 살펴보면 ‘남성’이 아닌 ‘군인’이라고 규정돼 있다. 특정한 성이 아니라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만약 여군끼리 구강성교를 해도 처벌한다.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말이 되나. 이 법은 강제로 성관계한 것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강제로 성행위하면 군형법상으로도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제92조의6은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해도 처벌한다. 실제 군사재판에서는 항문성교뿐 아니라 구강성교나 유사성행위도 처벌한다. 법을 법 그대로 적용하면 대상이 ‘군인’이라고 돼 있으니 이성 간 항문성교를 해도 처벌받아야 한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을 법하다.

“성관계를 상호 동의 하에 하면 결국 체위의 문제가 된다. 개인의 은밀한 성생활을 국가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어떤 체위는 되는데 다른 체위는 안 된다고 국가가 정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국가가 어느날 일반 국민을 잠자리에서 불러내 ‘당신들 체위 어떻게 했냐’ ‘구강성교를 했냐 안 했냐’ 묻는다면 어떻겠나. 잠깐만 생각해봐도 이 조항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집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성관계했는데도 처벌받나.

“ㄱ대위뿐 아니라 이번 수사 대상이 된 모든 군인이 영외에서 성관계했다. 영내가 아니라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한 경우가 있다. 영내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데 남자끼리 껴안은 것이 아니다.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었다. 업무시간에 한 것도 아니라 밤에 성관계한 것이다. 만약 동성애가 군의 기강을 문란하게 한다 해도 영내가 아닌 영외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사실을 신경쓰지 않는다. 군형법 제92의6이 영외냐 영내냐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동성 군인끼리 성관계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수사관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정말 야비한 사건”

-이번 사건을 맡아 조사에 입회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서 ㄱ대위 말고 다른 동성애자 군인도 변호를 맡아 조사에 참여했다. 피의자 옆에 앉아있는 저도 수치심을 느꼈다. 누군가를 사랑한 것을 잘못했다며 반성을 요구한다. 처음 보는 수사관이 ‘목욕을 누구랑 했냐’ ‘누가 먼저 키스했냐’ ‘어디에 사정했냐’ ‘첫경험은 언제냐’ ‘이성과도 성관계할 수 있냐’ 등의 질문을 했다. 저는 수사관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정말 관음증 환자가 아닌가 의심했다. 수치를 당하는 군인들이 너무 불쌍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걸 옆에서 봤다.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너무 극심해 용서가 안 된다. 제가 그 수사관에게 ‘그러는 당신은 정상체위를 하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사정이 왜 중요한지 이해가 안 간다. 사정을 어디에 했는지 왜 궁금한 것인지 모르겠다.”

-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건 동성애자를 표적으로 한 수사가 맞다. 수사는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이루어졌다. 수사관들이 갑자기 부대에 들이닥쳐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네가 동성애자라는 게 알려질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을 했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빼앗아 카카오톡이나 밴드의 대화 내용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대화 내용에서 친한 군인 이름이 나오면 또 그들의 부대를 찾아가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동성애자 군인 30여명의 신원을 색출해냈다. ㄱ대위는 제가 조사에 입회했을 때 이미 거의 모두 자백한 상태였다. 계급이 낮은 수사관이 ㄱ대위의 호칭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 제가 째려보니까 그제서야 ‘대위님’이라고 호칭하더라.”

-ㄱ대위는 언제 체포됐나.

“이건 정말 야비한 사건이다. 수사단은 이미 지난달 11일 ㄱ대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ㄱ대위는 다음날인 12일에 변호인을 선임하고 출석기일 연기신청을 했는데 13일에 체포당했다. 분명히 변호인이 날짜를 조정해서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신원이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도 없는 데다 이미 압수수색까지 받았는데 17일에는 끝내 전역을 1주일 앞둔 군인을 구속했다. ㄱ대위가 몇 년을 국가를 위해 봉사했으면 공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대우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민간인으로 돌아가기 전에 재판을 열려고 선수친 것이라고 본다.”

-군검찰의 주장은 무엇인가.

“군검찰은 ㄱ대위가 ‘장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적극적으로 추행행위를 했고 게이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문분별하게 동성애자를 만나 군 기강을 저해했다’고 2년을 구형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인간의 존엄성, 개인의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법률 규정이다. 사실 저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해서 헌법적 관점에서 다투고 싶었지만 ㄱ대위가 구금에 너무 지쳐 있는 상태다. 변호인으로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됐으니까 싸우자’고만 할 수는 없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종교적 신념에 수사가 좌우돼”

-여러 정황 살펴볼 때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나

“당연하다. 저도 교회 다니긴 하지만 장 총장은 개신교 장로에다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회장이다. 장 총장의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에 수사가 좌우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건이 군검찰로 송치되기 전 육군 법무실이 일선 부대에 하달한 추행죄 처리 지침서가 발견됐다. 각 부대에서 하나씩 사건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데 휴대전화 대화목록을 타고 색출하는 모습을 보면 ‘기획수사’다. 이 정도의 수사는 간첩 등 국가적 중범죄를 색출할 때나 하는 건데 육군 전체를 다 뒤졌다. 해군까지 수사가 넘어간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까지 기획수사할 수 있는 사람은 장 총장 한 명뿐이다. 군검찰이 ㄱ대위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뒤 45분만에 군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동성애가 군기를 해친다는 주장도 있다.

“성소수자가 아닌 국민들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인 동료·부하와 같이 자고 성추행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강제추행이다, 군형법에 강제추행, 강간죄, 유사강간, 준강간 모두 처벌조항이 있다. 제가 변호인으로서 정말 많은 강제추행 사건을 봤는데 동성애자가 일으킨 사건은 거의 없었다. 이성애자의 강제추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동성애자가 다른 군인을 동성애에 물들게 한다는데 성적 지향은 전염되는 게 아니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가혹행위를 방치하거나 장려하는 군사문화다. 아직도 군 고위층은 부하를 때리고 욕하는 문화에 젖어있는 거 같다. 병사 하나하나를 인간으로 대접하는 문화가 없는 데에서 군기가 떨어지는 것이지 동성애자들 때문에 문란해지는 게 아니다.”

-해당 조항이 동성애자 차별대우를 금지한 국방부 훈령 1932호 7장의 취지와 다르다.

“국방부 훈령이 있긴 하지만 사문화돼 있다. 군 내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하니까 형식적으로 만들어놓았다. 국방부의 진실한 성찰이나 내면의 반성에서 나온 게 아니라 그냥 사탕발림 정도가 아닌가 싶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범하고 평등해야”

-이번 수사 때문에 ㄱ대위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아웃팅’됐다.

“ㄱ대위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으로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체포된 ㄱ대위가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들으시면 더 놀라실 테니 직접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며 직접 전화를 했다. 저는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지실 줄 알았는데 참 의연하셨다. 제가 ‘어머니가 힘을 내셔야 ㄱ대위도 힘을 낸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아들을 믿는다’고 편지에 밝힌 모습 그대로셨다. ㄱ대위는 전역 후 취직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앞날이 걱정이다. ㄱ대위는 군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했다. 너무 지쳐 있다.”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를 보는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나.

“옛날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성소수자에 대해 혐오감이 많은 것 같다. 제 주변을 보면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밝히는 사람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혐오를 드러내더라. 저는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많이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랑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좀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성적 지향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군부대 앞에서 ‘동성애로부터 우리 아들 지키자’고 손팻말 드는 것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상상하는 것인데 그런 편견은 동성애를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사법제도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고 보나.

“굳이 법을 바꿀 것까지도 없다. 법을 모든 사람에게 평범하게, 평등하게 적용하면 된다. 사실 우리가 성소수자를 특별히 배려하거나 차별하거나 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그냥 성적 지향일 뿐이다. 성소수자에게 특별히 잘해줄 것도 없고 못해줄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군형법 92조의6은 차별하는 법이잖나. 그래서 이 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군인권 개선을 위해 가장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저는 군사법원을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군사법원 구조를 보면 군판사, 군경찰, 군검찰 모두 군이 지배한다. 견제가 없다. 재판이 한 사람의 지휘를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사무실도 같이 쓰는 걸 봤다. 전시가 아닌 지금 왜 군사법원이 독립적으로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군사법원 체제 하에서는 공정한 재판의 이상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군사법원 폐지가 어렵더라도 민간에서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판사와 검사와 경찰이 독립돼 있지 않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 군 최고지휘자의 지침이 그대로 하달돼 수사가 이루어지고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심각한 걱정이 든다. 군은 상명하복 아닌가. 이번 사건도 장 총장의 의중이 재판에 분명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식적 판단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