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주 미성년 성폭행범 7년만에 송환..늘어나는 도피사범 왜?

박준형 2017. 5.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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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데스크 활약, 720억 사기범도 잇따라 검거..열악한 현지사정, 검거 및 송환 어려워

코리안데스크 활약, 720억 사기범도 잇따라 검거…열악한 현지사정, 검거 및 송환 어려워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피, 수년간 숨어 지내던 피의자들이 잇따라 검거됐다. 현지 한인사건 담당 경찰관인 코리안데스크 활약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 도피사범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검거 및 국내 송환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리핀 현지 모습/사진=fnDB

■최근 3년간 필리핀 도피사범 증가..전체의 30% 차지
경찰청은 고시원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A씨(45)를 7년 만에 필리핀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0년 7월 23일 서울 신당동 모 고시원에서 B양(19)을 성폭행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고시원을 관리하던 A씨는 B양이 자고 있는 틈을 타 예비열쇠로 B양의 방문을 열고 침입,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이후 6일 만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불법체류하며 도피생활을 하던 A씨는 2015년 2월 이민법 위반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검거되면서 소재가 파악됐다.

A씨가 필리핀 이민청에 구금 중인 사실을 인지한 현지 코리안데스크는 이민청과 지속적인 협의를 벌였고 범행 후 7년 만인 지난달 21일 국내로 송환할 수 있었다. 경찰은 A씨를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구속했다.

같은달 18일에는 720억여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불법 유사수신한 혐의를 받는 C씨(50)가 2년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됐다. C씨는 2015년 7월부터 12월까지 유사수신업체를 차려놓고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총 1만1210회에 걸쳐 투자금 723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C씨는 ‘최소 11만원에서 최대 990만원까지 투자금을 납입하면 평생회원이 되고 매일 회원들에게 투자원금의 2% 수익금을 지급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마닐라 인근에서 호텔을 바꿔가며 도피생활을 했다. 현지 코리안데스크는 마닐라 인근 호텔을 수시로 탐문하던 중 C씨가 모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인근에서 잠복하다가 C씨를 붙잡았다. C씨는 이민청에 구금 중이며 조만간 국내 송환될 예정이다.

■치안 불안정·부패 만연…도피사범들 활개
경찰에 따르면 A씨나 C씨처럼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하는 범죄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필리핀에서 붙잡힌 해외도피사범은 2014년 33명, 2015년 47명에서 지난해 84명으로 급증했다. 84명은 지난해 국내 송환한 해외도피사범 297명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범죄자들이 필리핀으로 도피하는 것은 가까운 거리와 낮은 물가 등으로 인해 접근성이 쉽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연간 한국인 100만명이 방문하고 교민 10만명이 거주하는 등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국가다. 그러나 치안이 불안정하고 부패가 만연해 범죄자들의 출입국과 체류가 용이한데다 현지 경찰의 부패도 심각해 범죄 전력 은폐 및 신분 위조 역시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필리핀으로 달아날 경우 경찰 추적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필리핀 도피사범이 늘어 현지 한인 관련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10월 20일 필리핀 경찰청에 최초로 코리안데스크가 설치됐다. 필리핀 경찰관만으로 운영되다가 교민들 요구로 2012년 5월 최초로 마닐라에 한국 경찰관이 파견됐다. 2015년 2월 앙헬레스에 1명이 추가됐고 올 4월에는 4명이 추가됐다. 현재 마닐라와 앙헬레스, 카비테, 세부, 바기오 등 5개 지역에 총 6명의 코리안데스크가 파견 근무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외국 경찰이 수사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경찰과 필리핀 경찰이 맺은 MOU에 근거, 코리안데스크들은 실질적인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도피사범 첩보 입수 및 검거 송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현지 경찰과 협조해 한인 대상 강력사건 수사에도 공조하고 있다.

코리안데스크들의 노력에도 도피사범의 검거 및 송환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장기간 불법체류로 소재가 불분명한데다 현지 이민청 외국인수용소 구금 이후 국내 송환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도주 우려도 있다. 코리안데스크로 파견 근무했던 경찰청 모 경감은 “비자 연장을 안 하고 2~3년간 불법체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민청 구금 이후 국내 송환 결정까지 통상 3~6개월이 걸리는데 현지 상황이 열악해 추방 결정이 나지 않거나 다시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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