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걸린 액자의 뒷면들..'예술이 무엇인가' 묻다

김아미 기자 입력 2017. 5. 23. 11:34 수정 2017. 5.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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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불확정성의 원리'전 24일부터 서울관서 개최
레바논 작가 라드 "세계적 미술관 생기는 중동..현실은 전쟁터"
왈리드 라드,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_마르완 카삽-바시(Marwan Kassab-Bachi, 1934-2016), 2017, 혼합재료, 가변설치, 왈리드 라드, 스파이어 제믈러 갤러리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아부다비 등 아랍권에 구겐하임, 루브르 같은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리아, 예멘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죠. 저는 아랍의 예술이 이러한 전쟁으로부터 물리적·비물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궁금했습니다."

24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의 기획전 '불확정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Uncertainty)에 참여하는 레바논 출신 왈리드 라드 작가가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랍권의 일부 예술 작품들은 전쟁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방어기제'를 발동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 액자 29개의 뒷면을 전시장 벽면에 거는 설치 작품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마르완 카삽-바시'라는 신작을 공개했다. 아랍권 국가의 인권에 대한 초상화를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로 표현했던 시리아의 화가 마르완 카삽-바시(1934-2016)의 작품 뒷면에서 발견된 스케치로부터 착안한 작품이다.

라드는 직접 제작한 액자의 뒷면에 마르완 카삽-바시의 스케치를 모사해 전시했다. 그는 "아랍에서 독일로, 그리고 한국으로 탈출해 '숨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예술작품은 어떻게 전시돼야 하는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전시 제목은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1901-1976)의 양자물리학 이론인 '불확정성원리'에 착안했다. 미술관 측은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전제로, 참여 작가들은 역사적 사실과 자신의 기억,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가는 과정을 전시에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레바논 출신 왈리드 라드를 비롯해, 싱가포르 출신 호 추 니엔, 미국 출신 재커리 폼왈트, 그리고 한국 작가 권하윤이 참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참여 작가들에 대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이라며 "이들은 각자의 기억과 재료들을 재가공하면서 작업의 과정에서 거쳐 가는 불확실한 세계의 이면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왈리드 라드는 레바논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 레바논 내전의 복잡하고 불확실한 역사적 실상을 허구적 서사와 아카이브로 담아내는 진행형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수장고에 남겨졌을 법한 액자의 뒷면을 전시장 벽면에 걸어 놓은 신작을 통해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호 추 니엔 '동남아시아 비평사전' 설치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호 추 니엔은 동남아시아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싱가포르관에 참여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의 식민지 시대, 종교 등의 역사적 혹은 철학적인 주제를 기반으로 그 내면의 모순과 모호함을 탐구하는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은 2011년부터 지속해왔던 '동남아시아 비평 사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는 무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재커리 폼 왈트 '파노라마와 법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재커리 폼왈트는 미국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1830-1904)가 남긴 샌프란시스코의 파노라마 풍경사진의 제작 시기가 세계 최초의 '법인'이 탄생한 시기와 같음에 주목하고, 이를 비평적 시각으로 분석해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권하윤, 새[鳥] 여인, 2017, 가상현실 설치,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News1

권하윤 작가는 프랑스, 영국 등에서 활동하며 주목받는 신예다. 현대미술 잡지 '아트리뷰'(Art Review)는 '2017년 미래에 주목할 만한 작가 12명' 중 한 명으로 권하윤을 꼽기도 했다.

작가는 개인 또는 집단적 기억의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현실과 허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가상현실'(VR)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가상현실이 현대미술의 예술적 맥락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미학적 담론을 제기한다. 권 작가는 올해 프랑스 파리의 팔레드도쿄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참여 작가들의 신작 외에도 그들의 주요 영상 작업들이 오는 7월부터 서울관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특별 상영된다. 왈리드 라드의 '우리는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We Can Make Rain But No One Came to Ask, 2006), 호 추 니엔의 칸 영화제 감독주간 선정작 '여기 어딘가에'(Here, 2009), 권하윤의 201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Doc Fortnight) 상영작인 '489년', 재커리 폼왈트의 '이미지의 자본론'(In Place of Capital, 2009) 등 총 15편이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는 10월9일까지.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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