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인수 위한 계열사 자금동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계열사 돈 차입 관련 이사회 의결·공시 위반
계열사에 낮은 이자율 적용 부당지원 혐의
삼성 조사에 이어 새정부 재벌개혁 시험대
[한겨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포함한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와 자금거래를 하면서 공정거래법과 상법을 위반한 혐의가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어, 공정위의 금호그룹 사건 처리가 삼성그룹의 위장계열사 조사에 이어 새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금호그룹의 계열사 간 자금거래 등의 적절성 검토’라는 경제개혁이슈 보고서(작성자 이은정 실행위원)에서 박삼구 회장이 2015~2016년 금호산업 인수를 포함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와 자금 및 유가증권 거래를 하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을 위반한 혐의가 짙어 공정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2015년말 설립한 금호홀딩스(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과 합병 뒤 사명 변경)는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2016년에 금호산업, 아시아나아이디티 등 7개 계열사로부터 966억원을 차입했다. 보고서는 공정거래법상 재벌 소속 회사가 다른 계열사와 자본총액(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데,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6개사는 대여금이 자본총액의 12~39%에 달하는데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호 계열사들이 법위반을 피하기 위해 자금거래를 자본총액의 5% 이하로 쪼개서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수법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동일한 거래를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 회피를 위해 분할 거래한 경우는 합산해서 1건으로 보기 때문에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금호홀딩스가 외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의 이자율은 5~6.75%인데 반해 7개 계열사에 지급한 이자율은 2~3.7%로 훨씬 낮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이 50%를 넘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도 위반한 혐의가 제기된다. 공정위는 “독립된 금융회사와 비교해서 이자율 차이가 10%를 넘으면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홀딩스의 경우 이자율 차이가 최대 300%를 넘는다. 이어 상법상 회사가 이사나 주요주주(지분율 10% 이상이거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와 ‘자기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금호산업은 지분 46%를 보유한 금호홀딩스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사회 승인을 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아시아펀드가 금호홀딩스에 출자하기 위한 자금확보용으로 2015~2016년에 발행한 1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금호 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가 모두 인수하고, 금호그룹 산하 2개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에이 등 3개사가 금호홀딩스에 100억원을 출자한 것은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계열사 자금동원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 공약에 맞춰 재벌의 내부거래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어, 금호의 법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바로 정식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10월 삼성의 위장계열사로 의심된다고 신고한 삼우종합건축사무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새정부의 재벌개혁 공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에 이어 금호타이어 추가 인수를 추진하며 산업은행과 갈등을 겪고 있어,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된 계열사 간 자금거래에서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그룹 재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호그룹은 이에 대해 “금호홀딩스의 차입금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전액 상환했다”면서 “그룹의 공식입장을 곧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2009년 12월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금호산업 등 부실계열사의 기업어음을 사준 것과 관련해 경제개혁연대가 2013년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요청을 했으나, 2년 뒤인 2015년 11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려,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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