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 "불편합니다" ②]"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아직도 호구조사?

입력 2017. 5.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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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뭐하시노? 말해라,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근달 입니더."

직장인 초년생 유현식(29) 씨는 "최근 회사 선배로부터 아버지의 직업 관련 질문을 받고 솔직하게 대기업 임원이라고 말씀 드렸다"며 "그 뒤로 선배가 영업 실적을 아버지께 부탁드려보자 라고 농담식으로 말하는데 장난인 것은 알지만 뭔지 모르게 불편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가 밝히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호구조사로 인해 대화가 끊어지며 불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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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표현” vs “밝히고 싶지 않아”
-일부 “편가르기 문화 가능성” 지적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아부지 뭐하시노? 말해라,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근달 입니더.”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학교 선생님(김광규 분)은 ‘근달(건달)’이라는 준석(유오성 분)의 대답에 격분해 손목시계를 푼 뒤 사정없이 뺨을 때렸다.

그런데 준석의 아버지는 실제로 건달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아버지의 직업을 사실대로 말한 준석의 잘못일까 물어본 선생님의 잘못일까.

[사진=영화 ‘친구’ 캡처]

2017년에도 여전히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자네 아버지 뭐하시나”이다. 아버지의 직업은 구직단계 이력서에서부터 ‘가족 관계’라는 항목에 등장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도 가족의 호구조사는 이어진다.

직장인 초년생 유현식(29) 씨는 “최근 회사 선배로부터 아버지의 직업 관련 질문을 받고 솔직하게 대기업 임원이라고 말씀 드렸다”며 “그 뒤로 선배가 영업 실적을 아버지께 부탁드려보자 라고 농담식으로 말하는데 장난인 것은 알지만 뭔지 모르게 불편했다”고 했다.

회사 선배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회사 후배에게 가족관계에 대해 물어본 적 있다는 직장인 이형진(33) 씨는 “딱히 어떤 의도가 있는 말은 아니고 그냥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것 절반, 후배에 대한 관심 절반 정도다”고 했다.

대화를 이어가며 공통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밝히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호구조사로 인해 대화가 끊어지며 불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직장인 김경규(31) 씨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몇 년 됐는데 딱히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직장 상사가 너무나 가볍게 부모님 관련 질문을 해서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그래서 나도 그냥 툭 하고 돌아가셨다고만 말했는데 그 뒤로 직장 상사가 조금 당황하며 대화 화제를 돌리더라”며 “그렇게 당황할 거면서 호구조사는 왜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가까운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의 가정 배경을 소개하는 것은 편하지 않고, 이로 인해 상대가 편견을 형성할 수 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의 직업 외에 고향, 학교 등을 묻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한국적 맥락에서 계급 및 계층 나누기로 봐야한다”며 “사회적 구별짓기, 편가르기 문화로 발전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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