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檢·警 동시수사..'수사권 조정' 1라운드?

2017. 5. 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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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경 동시 고발장…수사권 경쟁
-警은 보고 불가피…檢 개입 가능성
-영장청구권 등 경찰수사 난항 예상

[헤럴드경제=원호연ㆍ김현일 기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현 부산고검 차장)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 등 검사 10명이 서로 돈봉투를 건네며 만찬을 가진 사건이 오랜 기간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분쟁을 재점화시키는 형국이다. 경찰과 검찰의 동시 수사가 이뤄짐에 따라 어떤 식으로 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1일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돈 봉투를 주고받았던 검사 10명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22일 경찰청에 제출했다. 감시센터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ㆍ뇌물ㆍ횡령ㆍ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검사(왼쪽)와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이 22일 관련 사건을 조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경찰도 수사의지를 보이면서 수사권을 두고 검경 간의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보다 몇 시간 앞서 대검찰청은 “돈 봉투 사건 관련 언론보도를 근거로 개인의 고발장이 지난주 대검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에 사건을 맡겼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에 모두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양측이 이번 사건 수사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고발에 대해 “실정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 드러나면 수사할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문제는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찰이 경찰 수사에 개입하느냐 여부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대상자가 동일하다보니 경찰과 검찰 간 관할이 경합된다”며 “공무원의 범죄사실에 대해 경찰이 수사 개시를 할 경우 검찰에 반드시 수사개시보고를 하고 검찰이 조정을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더라도 언제든지 검찰에 사건을 넘기도록 지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시행령 중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 78조는 “검사는 (중략) 수사절차 상 이의가 제기되거나 동일한 사건이나 관련된 사건을 2개 이상의 기관에서 수사하는 경우 (중략) 사건을 송치하도록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복 수사로 사건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한한다.

검찰이 송치 지휘를 할 경우 경찰은 즉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이 10명의 검사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사건을 송치하라고 지휘할 경우 서울경찰청은 사건에서 손을 떼야만 하는 상황.

갈등은 지난 2011년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당시부터 예견돼 왔다. 당시 공무원 범죄 수사 지휘권에 대해 검찰과 법무부는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사건을 지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검찰 조직원이 포함된 사건은 수사지휘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동일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를 먼저 시작한 쪽이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행령은 결국 검찰이 결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헌법 상 검찰이 가진 영장청구권도 경찰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돈봉투의 출처와 회식의 목적을 밝히려면 해당 검사들에 대해 통신수사와 계좌 추적을 해야 하는데 압수수색영장부터 검찰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거나 “자발적으로 경찰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등을 발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 내에서는 경찰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그래도 검사가 경찰의 조사를 받는 불명예스러운 모습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에도 검찰과 경찰은 ‘검사 비리 수사’를 놓고 충돌한 전력이 있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검사에 대해 검찰이 특임검사까지 임명해 수사에 들어가자 경찰은 “사건 가로채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 검사는 결국 경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특임검사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ㆍ현직 검사가 관련된 비리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되거나 일반 피의자에 비해 가벼운 제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전ㆍ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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