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바이크레이서 니키 헤이든, 자전거 사고로 사망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17. 5. 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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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이든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 이매진스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레이스할 때 달고 있는 번호는 69였다. 역시 오토바이 선수로 활약한 아버지가 즐겨 쓴 배번이었다. 아버지는 “레이스 도중 넘어져 고꾸라져도 69는 똑같이 읽힌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났고 쓰러질 줄 알면서도 또 달린 오뚝이 번호. 그게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번호가 됐다.

2006년 세계 모터사이클 챔피언에 오르며 큰 인기를 누린 니키 헤이든(35·미국)이 자전거 사고를 당한 뒤 닷새 만에 숨졌다.

헤이든은 22일 이탈리아 중동부 도시 체제나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뒤 5일 만이다.

모터사이틀 대회 출전차 이탈리아로 건너온 헤이든은 이날 자전거를 타고 교차로에서 정지 신호를 간과하고 달리다가 승용차와 크게 충돌했다. 자전거는 두동강이 났고 승용차 앞부분과 앞유리가 크게 파손됐다. 헤이든은 온몸에 골절과 뇌진탕까지 입어 병원으로 후송돼 혼수상태 속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경찰은 사고 장면 영상 분석, 승용차 운전자 증언 등을 토대로 헤이든이 iPOD에 정신이 팔려 정지 신호를 보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결론지었다.

니키 헤이든은 지난 2월 호주에서 열린 월드 슈퍼바이크 그랑프리 대회 출전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 이매진스

헤이든 가족은 오토바이 패밀리다. 아버지가 모터사이틀 선수였고 형 두 명도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 형제 둘도 어릴 때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 형인 토미는 사망 직후 “오토바이에 올라타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헤이든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BBC 모터사이클 해설가 스티븐 패리쉬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재치있고 재밌는 사람”이라며 “그가 17세 때 내가 처음으로 그를 봤는데 이후 챔피언이 돼서도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한결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헤이든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그는 챔피언인 동시에 신사였다”고 덧붙였다. 과거 모터사이클 선수로 활약한 제임스 토스랜드는 “모터사이클에서 그보다 훌륭한 선수는 없다”며 “그는 모든 테스트에서 가장 먼저 나와 맨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헤이든은 헌신, 열정, 동기부여가 대단했고 무척 겸손했다”며 “세계 챔피언이 된 뒤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헤이든은 2013년 BBC와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 나는 소방관이 아니라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었다”며 “그 때는 너무 크고 먼 꿈처럼 여겨졌지만 그 꿈은 정말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모터사이클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바이크는 내게는 직업을 뛰어넘어 내 삶”이라고 말했다. 헤이든이 쓴 자서전 제목은 ‘바이크와 가족(Bikes and Family)’다. BBC는 그의 인생을 가장 잘 정리한 세글자라고 전했다. 헤이든은 지난해 5월17일 영화배우 재키 마린과 약혼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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