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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와 한 남자, 홍상수의 '그후'

칸|백승찬 기자

제 70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이례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2편 출품됐다. 21일(현지시간) ‘특별상영’으로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가 기교적이라면, 22일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그후>는 감정적이다. 홍상수는 오랜만에 남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평론가인 그는 새 연인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아마 누군가는 홍상수 세계에 붙은 레이블인 ‘지식인 남성의 자기연민’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해와 달리 홍상수는 솔직하고 냉정하다. 자기와 닮은 사람을 그릴 때도, 섣불리 연민하는 대신 조용히 지켜볼 따름이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시간,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혼자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앞자리에 앉은 아내 해주(조윤희)는 “요즘 좋아하는 여자 생겼지?”하고 슬쩍 떠본다. 봉완이 별 말 없이 밥을 먹자, 해주는 신경질을 낸다. 결국 봉완은 집을 나와 출판사로 향한다. 사실 봉완은 출판사 직원이었던 창숙(김새벽)과의 연인 관계를 정리한 후 괴로워하던 중이었다. 마침 그날은 새 직원 아름(김민희)의 첫 출근날이었다. 남편이 쓴 연애 쪽지를 발견한 해주는 출판사로 들이닥쳐 아름을 남편의 연인으로 착각하고 손찌검을 한다. 봉변을 당한 아름은 그날로 출판사를 그만두려 하지만, 봉완은 아름을 달랜다. 하지만 그때 창숙이 봉완에게 돌아와 다시 출판사에서 일하려 한다. 봉완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그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그후>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작품 <그후>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작품 <그후>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작품 <그후>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작품 <그후>

주요 등장인물은 3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이다. 봉완을 중심으로 한 세 여성은 각자 확연하게 다른 환경의 행성 같은데, 이 행성들의 궤도가 우연 혹은 필연으로 겹칠 때 사건이 벌어진다. 처음엔 해주가 아름과 충돌하고, 이후엔 창숙과 아름이 충돌한다. 봉완은 이 충돌이 벌어지는 광경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다가 어쩌지 못해 눈물을 흘릴 따름이다. 이 충돌은 모두 봉완 때문인데도 말이다. 사실 봉완은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타인들의 충돌을 중재하기는커녕,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닥치는 상황에 떠밀려 사는 사람이다.

봉완은 연장자인데다가 사장이고 아름은 그 직원이지만, 정작 둘 중 스승은 아름이다. 이번에도 홍상수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술자리 토론이 벌어진다. 아름은 ‘믿음’을, 봉완은 ‘실체’를 강조한다. 토론의 승자는 아름으로 보인다. 아름은 세 가지를 믿는다고 한다. 제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 언제든 죽어도 된다는 것, 모든게 다 괜찮다는 것. 봉완이 아름의 가르침을 곧바로 새겨들은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세 가지 준칙은 ‘그 후’ 봉완의 삶에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 아름과 다시 만난 봉완은 예전과 달리 편안해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으로, <오! 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은 세번째 흑백영화다. 극중 부부로 출연한 권해효, 조윤희는 실제로도 부부 사이다. <그후>의 국내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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