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동교동계, 민주당과 합당 접촉

김아진 기자 2017. 5. 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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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등 원로 18명 "親文 패권 사라진 듯.. 결국엔 합쳐야"]
"文대통령이 지금처럼 잘하면 우리 黨이 뭘 해도 영향력 없어
비대위장에 정대철 추대않으면 국민의당 탈당도 불사하겠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반대.. 찬성파 김동철·주승용과 갈등

국민의당 내 동교동계 원로들이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의 호남 승리에 기여했던 권노갑·정대철 고문 등 김대중(DJ) 전 대통령 계보 인사들이 "결국에는 민주당과 합쳐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측 인사, 민주당 관계자 등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가 최근 '정대철을 비대위원장 시키지 않으면 탈당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모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이 커질까 봐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동교동계가 가장 분노한 건 국민의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바른정당 합당 주장"이라며 "우리와 정체성이 다른 바른정당과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권 고문과 정 고문, 이훈평·김옥두·신중식·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8명은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민의당의 진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비대위 체제에서 당을 추스른 뒤 민주당 합당 문제를 논의하자" "바른정당과 합당 움직임이 있으면 당을 떠나자"는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당분간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정 고문을 추대하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주승용 의원 등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바른정당은 꼴통만 아니지 DJ의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보수 정당"이라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내지는 통합은 우리 스스로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훈평 전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패권이 싫어서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하는 인사 등을 보면 이미 그 패권이 사라졌다고 판단된다"며 "이런 식이면 더 이상 국민의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합당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정 고문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양수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잘한다면 국민의당이 어떤 호소를 해도 영향력이 있겠느냐"며 "어떤 계기가 온다면 민주당과의 합당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정치적 쇼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0.001%도 없다"고 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김원기 전 국회의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과 만나 합당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4~25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정대철 고문 등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대선 기간에도 문 대통령 측근들은 동교동계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작년 초 권 고문 등 동교동계가 안철수 전 의원을 따라 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무척 아프다"고 했었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호남 민심이 다시 민주당과 합치라고 한다"며 "우리가 민주당 반대편에서 사사건건 발목 잡는 모습을 보이면 호남이 용납하지 않을 분위기"라고 했다.

동교동계의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국민의당으로서는 정통성에 상처를 입고 호남 지역 기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정치 일선에서 뛰고 있지 않지만 작년 4월 총선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승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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