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편가르기 中東정책.. 사우디 껴안고 이란은 때리고
경제협력과 反테러전쟁 고리로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손잡아
오바마 때 중동 정책과 달리 시아파 이란 고립시키기 나서
중동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이슬람은 위대한 신앙"이라고 극찬하는 등 작년 대선 때부터 이어온 '반(反)이슬람' 기조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대(對)테러전 협력과 경제적 이익을 고리로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다른 종교나 문명 간 전쟁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유대인·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했다. 일반 이슬람과 극단주의 테러 세력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자주 사용한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중동 지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원할 뿐이고 이것을 체결하기 위해 메시지를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와 3500억달러(약 393조원) 규모의 무기 거래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중동의 양대 강국 중 하나인 수니파 국가 사우디를 껴안는 대신 사우디와 적대 관계에 있는 시아파 이란과는 대립각을 세웠다. 이란 핵 합의를 이끌어낸 전임 오바마 정부의 중동 정책과 선을 그은 셈이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이 중동의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 단체들에 돈과 무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이는 사우디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니파 국가들에 다가가기 위해 이란이라는 비용을 치렀다"며 트럼프가 의도적인 '편 가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다음 순방지인 이스라엘에서도 이란에 대한 비난을 이어나갔다. 그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 위협이 커지면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23일 베들레헴으로 이동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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