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꼴찌, 4개 언어 통역사 됐다
"해외 취업, 낯설다고 겁먹지 말길"
모의고사 성적 9등급 꼴찌는 1년 만에 영어를 통역하고 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까지 섭렵해 4개 언어 통역사가 됐다. IT 벤처기업 '비타비타' 대표 장동완(30·사진)씨 얘기다. "지방 공단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학부모 대부분이 공장에서 일하셨고 다들 공부엔 관심이 없었죠."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유학을 떠난 장씨는 카타르 왕족 기업, 주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 등에서 통역사로 일하다 현재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9세 때 어머니가 운영하는 꽃집에서 분재를 훔쳐 유학 비용 200만원을 마련했다. "자매결연으로 학교에 놀러 온 외국 학생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거든요. 낑낑대며 화분을 팔러 돌아다녔는데 한 병원장님이 '김 간호사, 내 지갑 갖고 온나' 하시더니 수표 두 장을 꺼내 주셨어요." 곧바로 뉴질랜드로 떠나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어를 익혔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좋아하는 영화를 듣고 따라 말하면서 100번씩 돌려 봤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방법이 미국 국방부에서 군인들을 외국으로 파병하기 전에 단기로 외국어를 교육하는 훈련법이더라고요."
영어가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프랑스에 가서 공동묘지에서 묏자리를 파면서 생활비를 벌고 언어를 배웠다. "새벽 4시에 땅이 촉촉할 때 작업해야 하거든요. 깜깜한 밤에 세네갈 이민자들과 같이 곡괭이 들고 걸어가면서 프랑스 영화로 익힌 구절을 선보이면 그 사람들이 발음 교정을 해줬죠."
산전수전 겪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기초가 부실한 9등급 꼴찌에게 취직은 쉽지 않았다. 자원봉사로 의전을 맡았던 레바논 외무부 장관이 장씨의 언어 능력과 성실함을 높게 평가해 추천서를 써주면서 카타르 왕족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다. "가까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만 가도 우리나라보다 복지도 훨씬 좋은 회사가 많아요.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씨는 현직 외교관, 취업 준비생, 북한 이탈 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봉사 단체에서 만난 북한 이탈 주민은 장씨의 영어 공부 방법으로 6개월 만에 카타르 항공에 입사했다. 경험담을 담아 지난 4월 출간한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은 무명 작가의 책으로는 드물게 자기 계발서 1위를 달리고 있다. "9등급 꼴찌 이야기가 영어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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