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패션읽기] 옷만큼은 우습지 않은 개그맨

이도은 2017. 5.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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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진행과 입담으로 동시 출연 프로만 10여개
정장부터 스웨트 셔츠까지 색깔 맞춰 스타일링
'마녀사냥' 당시 입었던 하트 무늬 스웨트 셔츠. 연애상담 프로그램에 맞춘 의상이다.
언젠가부터 TV 예능프로의 정규 편성시간을 잊었다. 공중파에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까지, 재탕·삼탕 방영이 많아지면서 지금 보는 프로가 본 방송인지 재방송인지 헷갈린다. 나오는 얼굴이 겹치기도 한다. 요즘 대세라거나 홍보 거리가 있는 초대 손님만이 아니라 진행자도 그러하다. 궁금해진다. '새 시대. 새 얼굴'을 찾는 요즘 같은 때,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왜 같은 MC가 나올까. 개그맨 신동엽(46)이 그 연구 대상인 이유다.
가수들이 경연을 벌이는 '불후의 명곡'에서는 차분한 클래식 정장을 즐겨 입는다.
현재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무려 10여개다. 불후의 명곡,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상 KBS), TV 동물농장·미운우리새끼(이상 SBS), 수요미식회· SNL 코리아·인생술집(이상 tvN), 오늘 뭐먹지(Olive). 특별기자회견 용감한 기자들(E Channel). 남원상사(xTM)까지를 망라한다. 그럼에도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닌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은 그의 입담 덕이다. 순발력 있게 재치 넘치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거나, 희극인이 부럽지 않은 연기력을 발휘할 땐 역시 '동엽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프로그램 성격에 맞춰 옷을 입는 노력 역시 무시 할 수 없는 요인일 터다. '불후의 명곡'이라면 클래식 정장으로 신사 이미지를, '수요 미식회'라면 마치 파인 다이닝에 간듯 트렌디한 아저씨로 변신한다. 둘의 차이가 뭐냐고 한다면 남성복 스타일링의 현장 교과서라고 할 만한 '피티워모(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일년에 두 번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를 참고하시라. 상하의를 한 벌로 빼입고 드레스 셔츠에 타이를 맨 게 전자라면, 화려한 컬러 배색이나 체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재킷이나 서스펜더 같은 액세서리로 멋을 낸 경우를 후자라 할 만하다.
'수요미식회'에서 잔무늬의 셔츠와 스트라이프 타이로 멋을 낸 옷차림.
'수요미식회'에서 타이와 베스트의 컬러를 맞춘 스타일링.
뭣보다 그의 옷이 빛나는 건 가장 많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포맷, 그러니까 옹기종기 모여 솔직하게 웃고 즐기는 분위기에서다. 스웨트 셔츠가 주인공이다. 보통 맨투맨 티셔츠라 불리는데, 어릴 적 학교 체육복 윗도리와 모양이 똑같다. 집에서 뒹굴면서도 입을 수 있는 옷, 막 빨아도 되는 옷,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옷이다. 그런 이유로 방송에서 입기는 좀 아니다 싶은데, 그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미운우리새끼'에서 귀여운 캐릭터의 스웨트 셔츠를 입은 신동엽.
빨간 공룡 무늬가 돋보이는 스웨트 셔츠를 입은 모습.
기실 스웨트 셔츠를 눈에 띄게 입고 나왔던 건 '마녀사냥(JTBC·2013)'이 시작이었다. 금요일 오후 11시라는 방송 시간, 불금을 즐기고 혼자 집에 온 청춘들이 애청자인 프로였다. 그는 마치 다 아는 척, 연애상담을 해주는 동네 형처럼 스웨트 셔츠를 걸치곤 했다. 단, 꽃무늬나 원색의 하트로 후줄근한 '백수 모드'와는 선을 그으면서 말이다. 이후 현재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에서도 편안한 MC의 스타일링을 이어간다. 시청장의 각종 고민을 나누는 '안녕하세요'나, 애완동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TV 동물농장'에서도 그가 즐겨 입는 것 역시 스웨트 셔츠다. 여기서는 세트장이 복잡하거나 출연자가 많은 터라 검정·회색·감색이 주를 이루면서 별·강아지 등 단순한 형태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이 종종 등장한다. 또 시청률 상종가를 치는 '미운우리새끼'에서는 아예 스웨트 셔츠가 그의 시그너처일까 싶을 정도다. 공룡·선인장 무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디자인이 함께 스튜디오에 있는 어머니들 눈높이에서라면 아들같은 장난꾸러기 이미지를 연출한다.
검정에 멀티컬러의 단순한 별 그림 스웨트 셔츠로 포인트를 줬다.
보다 보면 중년 남자의 캐주얼 아이템만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다. 그의 의상을 담당하는 서정은 스타일리스트 역시 "기본 중 기본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옷"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구찌·랑방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도힘을 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단, 나이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품위를 지킬 것. 서 스타일리스트는 "차분한 모노톤 바탕에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무늬 하나에 승부를 걸라"고 조언한다. 또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20대가 많이 입는 글자 프린트 대신 핑크·민트·하늘색 같은 파스텔톤을 택하라는 말도 보탠다. 한 마디로 '유머와 여유는 지키되 우습게 보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내공을 지켜내려는 사람에게도 패션에서도 통하는 정석일 터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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