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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문화읽기> 신조어로 보는 '직장인 풍속도'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5.22. 21:21 수정 2017.05.23. 21: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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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신조어들 참 많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직장인들의 신풍속도를 보여주는 다양한 신조어들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유나영 아나운서

자 먼저 요즘 세태를 반영한 직장인 신조어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살펴볼까요? 대표적인 것들 한 번 말씀해주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요즘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월급 로그아웃’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은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월급이 텅 빈다라는 의미고. 비슷한 말로 ‘텅장’이 있습니다. 텅 비어버린 통장 해가지고. 그런 것이 있고. 그 다음에 ‘직장살이’, 이거는 뭐냐면 직장에 붙어 있으려면 옛날에 며느리가 시집살이 한다는 느낌으로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 이렇게 화를 꾹 참으면서 그렇게 회사에 붙어 있어야 된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 보고 시누이 눈치 보는 것처럼 상사들 눈치 보면서 그렇게 직장을 다니는 신세다라고 해서 직장살이라는 신조어가 있고. 그 다음에 ‘메신저 감옥’, 이것은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로 지시를 보내는 상사 때문에 하루 24시간, 휴일에도 메시지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 같다라고 해서 메신저 감옥, 또는 메신저 지옥, 이런 신조어가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예상은 했지만 긍정적인 의미의 신조어들은 별로 없네요. 네 이런 직장인 신조어들이 외환위기 이후부터 좀 많이 등장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때부터 직장인들의 팍팍한 삶이 시작됐다,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환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신조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외환위기 직후에 나타난 신조어들은 ‘사오정’, 45세가 정년이다, 그리고 ‘오륙도’, 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이다, 그리고 ‘삼팔선’, 구조조정의 위험선이 38세까지 내려왔다, 그러니까 외환위기 직후에 명퇴, 구조조정, 정리해고 이게 많다 보니까 그때 직후에 나왔던 신조어들은 주로 이제 내가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하는 그 불안을 표현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시대가 만든 좀 씁쓸하고도 쓸쓸한 신조어들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어떤 신조어들이 또 많이 생겨났나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2010년대 접어들면서부터 외환위기 직후부터 직장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진 그 현실이 2010년대 접어든 직후부터 여러 가지 신조어들로 직장인들의 팍팍한 삶을 표현하는, 생활상, 이게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바로 나타난 게 ‘월급고개’, 그러니까 지난달 월급을 받고 새로운 다음달 월급을 받기까지 그 사이에 돈이 하나도 없는 월급고개를 넘어가야 된다, 그런 단어가 나왔고 그 다음에 ‘출근충’. 이게 뭐냐면 나는 출근하는 벌레다, 그런 의미인데. 이게 굉장히 안 좋은 말인데. 회사에 다녀도 전혀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회사에서 돈을 벌어봐야 내 자아 실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회사 다니기만 한다, 출근충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반대말로는 ‘갓수’가 있는데 이것은 신이라는 의미의 ‘갓’하고 백수라는 의미의 ‘수’가 합쳐져서 이게 부모 잘 만나서 놀면서 여유 있게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아니면 별로 잘 살지도 않은데 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논다는 거죠. 왜냐하면 회사 다녀봐야 어차피 출근충 신세이기 때문에 무슨 팔자 고칠 것도 아니고 회사 다녀봐야 집 못 사는 건 똑같다, 그러니까 명절에 내려가고 결혼하고 이런 것만 포기하면 차라리 가난해도 집에서 노는 게, 백수로 지내는 게 마음은 편하지 않느냐라는 자조적인 의미로 갓수라는 단어가 2010년대에 나오기도 했고. 그리고 아까 제가 초반에 요즘에 유행하는 대표적인 신조어로 월급 로그아웃, 직장살이 이런 단어들을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이런 단어들이 201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나왔던 겁니다. 그러니까 5년, 6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때 신조어가 바로 아직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고 지난 연말에 직장인들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로 이 월급 로그아웃하고 직장살이가 뽑혔습니다. 5년, 6년 동안 직장인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거고, 거기에 대한 분노가 바로 지난 연말에 광화문에 나서서 촛불집회에 넥타이 부대가 가세했던 그러한 원인도 이러한 신조어에서 알아볼 수 있는 거죠. 

유나영 아나운서

언뜻 들으면 유머러스한 것 같지만 다소 자극적인 이런 신조어들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받는다는 게 참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인데요.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들이 있다면서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에 한 직장인 포털에서 여러 직장인 상대로 조사한 것들이 있는데, 뭐가 또 나왔냐면 ‘야근각’, 야근할 것 같은 분위기다, ‘쉼포족’, 쉬는 걸 포기했다, ‘실어증’, 일하기 실어(싫어)증, 일하기 싫다, 그 다음에 ‘타임푸어’, 시간이 없다. ‘사축’, 회사가 키우는 가축이다. 다 이것도 너무 일에 치어 살다 보니까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한 마디로 직장살이를 한다 그 얘기고. 또 최근에 나온 신조어는 ‘고나리자’. 고나리자가 뭐냐면 관리자를 타자를 치다 오타가 나가지고 그 오타를 그대로 따서 고나리자가 된 건데 이게 뭐냐면 고지식한 관리자라든가 아니면 나한테 위압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그런 권위주의적인 상사를 가리키는 말이고, ‘고나리자와 함께라면 나는 야근각이고 쉼포족이 된다’ 그런 의미가 되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직장인이 굉장한 지금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 팬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포용적인 리더십이 기존의 고나리자하고는 다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반사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가 있는 거고, 어쨌든 이 문재인 정부가 5년이 지난 후에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정적인 의미의 신조어 말고 희망을 닮은 그런 긍정적인 신조어가 나타나길 바랍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신조어도 참 많기도 많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직장인들의 비애가 담긴 신조어들뿐만이 아니라 신바람 나는 근무환경들, 그런 것들을 뜻하는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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