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전문에 '5·18 정신' 국민 4명 중 3명 "찬성"

윤성민 기자 2017. 5.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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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오픈서베이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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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명 중 3명은 헌법 전문(前文)에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포함시키는 데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모바일리서치 전문업체 오픈서베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는 지난 18일 취임 후 처음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자 자유한국당이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실제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20∼21일 단순 무작위 추출 방식에 따라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성별로 고르게 전국 1000명에게 물었다.

응답자의 45.5%는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하는 데 대해 ‘매우 찬성한다’고 밝혔다. 29.5%는 ‘찬성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반대하는 편이다’와 ‘매우 반대한다’는 각각 5.0%, 2.8%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킨다면 국민이 잘못된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가치를 담아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앞으로도 계속 제창해야 할지를 묻는 질문엔 응답자 중 78.4%가 ‘매년 불러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전체 중 57.2%는 ‘매년 부르되 법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고, 21.2%는 ‘매년 부르고 법으로도 정하자’고 응답했다. 7.9%는 ‘부를지 여부를 매년 국가보훈처가 결정하자고’고 했고, 5.3%는 ‘부르지 말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한 발언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국가 권력의 국민 생명과 존엄 존중’(50.3%)이 꼽혔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헬기사격 포함 발포 진상과 책임 규명’(21.2%) ‘5·18민주화운동 폄훼 극복’(15.2%)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다.

■ 개헌 과정서 ‘5·18정신’ 야당 반대 설득이 관건
‘5·18 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 긍정 여론 의미·전망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헌법 전문(前文) 중)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08%)을 훨씬 상회하는 75%의 국민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담는 데 찬성 의사를 보인 만큼, 1987년 이후 바뀐 적 없는 헌법 전문이 개정의 기회를 맞았다. 국민일보가 모바일리서치 전문업체 오픈서베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결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포함’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찬성 의견이 나왔다. 찬성 의견은 30대가 88.0%로 가장 높았다. 50대 이상도 62.6%로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강한 개헌 의지를 내비친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넣는 문제는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항의 법적 기준 세우는 것”

헌법 전문은 왜 중요할까. 김문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문은 헌법의 기본 정신과 방향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문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헌법 전체를 해석할 때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문은 헌법의 제정목적, 제정과정, 국가적 질서형성에 관한 이념 등을 규정하며, 헌법 내용과 상호유기적 관계를 가져 하나의 통일된 가치체계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헌법 전문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해 법률이 헌법 전문에 위반되는 경우 해당 법률이 무효임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은 일종의 ‘헌법의 요약판’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에서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넣을지 말지는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헌법학자들은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담는 것은) 저항의 정당성 의미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대국가에서 헌법은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당연히 우리 헌법에서도 저항의 표출, 의사 표출 과정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게 맞다”고 했다.

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 의미에 대해 “헌법은 단순히 역사 교과서가 아니다”라며 “향후 1980년 광주 사태와 같은 유사한 국가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민이 똑같이 저항할 수 있다고 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사학적인 관점에서든 법적 관점에서든 이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4·19혁명과 같은 위치 놓음으로써 더 이상의 논쟁을 끝낸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 측 설득 중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남아 있다. 장 교수는 “일부 야당이나 국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반대하는 측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발언 이후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찬성 의사를 보인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다. 이 세 정당의 의석수는 전체 166석이다. 개헌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 정당의 의석수는 한참 부족하다. 반대 측 설득이 선행되지 않고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을 수 없다는 의미다.

5·18민주화운동을 어떻게 해석해 헌법 전문에 포함시킬지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한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사건 중에서 어떤 정신과 가치를 뽑아낼 것인지 헌법적 관점에서 분석해야 된다. 3·1운동은 독립운동, 4·19는 부정부패척결인데 그렇다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무엇인지 확실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윤성민 이가현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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