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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바라기' 카카오, 과연 운동장이 문제였을까

김훈남 기자 입력 2017.05.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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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코스피 200 편입 시 발생하는 수급노려 이전상장..부진한 실적에 PER 110배 고평가 논란 씻어야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종목대해부]코스피 200 편입 시 발생하는 수급노려 이전상장…부진한 실적에 PER 110배 고평가 논란 씻어야]

지난달 "카카오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코스닥시장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시가총액 6조원 짜리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종목 카카오의 이전은 곧바로 코스닥 시장의 투자 매력도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8년 포털 대장주 네이버, 지난해 시가총액 3위 동서 등 굵직한 종목을 코스피에 내준 코스닥 입장에선 어떻게든 카카오를 붙잡고 싶었다. 코스닥 상위종목을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시키는 유인책도 내놨다. 다소 황당한 미끼까지 던졌지만 카카오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회사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코스피 이전상장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사'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의문부호를 던졌다. "운동장이 바뀐다고 선수가 바뀌냐"는 물음이 나오는 가운데 '코스피 이전 = 기업가치 상승'의 공식을 입증할지 화제다.

◇카카오는 왜 코스피 이전을 추진할까=카카오 측은 코스피 이전상장과 관련,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이후 주주와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보단 코스피 시장이 안정적인 주가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코스피200 구성 종목 편입 여부를 주목했다.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6조6426억원인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미뤄볼 때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44위에 해당한다. 코스피 200 구성종목 평균 시가총액이 5조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주가하락이 없는 한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지수 편입이 유력하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포트폴리오 중 일부를 지수에 따르도록 했다. 즉 카카오가 코스피 200 구성종목에 편입되기만 하면 외인과 기관에서 의무적인 수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200 구성종목 편입 시 국내외 기관투자자 일부가 카카오 주식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며 "외인과 기관 수요를 노리고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800선 근처까지 다가갔다, 600대 중반까지 밀린 코스닥 시장과 달리 연초 핑크빛 전망을 타고 상승장을 맞은 코스피 시장의 매력이 이전상장 결정을 부채질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PER 110배?' 초고평가株 카카오…문제는 실적=코스피 이전상장이 주가에 호재가 된다는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실제로 카카오는 이전 상장설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19일 주당 8만7200원에서 한 달 새 12.4% 상승했다. 코스피 이전상장 기대감과 1분기 시장전망치를 뛰어넘은 실적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문제는 지금의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인한 효과는 인정하지만 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카카오의 실적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난해 카카오 실적과 19일 종가 9만8000원으로 계산한 PER(주가수익비율)은 112.13배다. 동일업종 평균 43.03배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포털 대장주 네이버의 36.6배와 비교해도 3배 가까운 고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실적 추정치를 대입한 PER 역시 50.94배로 업계평균을 큰 폭으로 뛰어넘는다. PER가 종목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닌 만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고평가 주식' 수식어는 늘 카카오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다. 코스닥 시총 2위 종목인 카카오에 대해 증권사 다수가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는 것도 고평가 주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광고부문 실적이 지난해 네트워크 광고 효율화 작업으로 인해 분기당 100억원씩 줄어들며 실적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 시장 이전으로 회사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광고부문 실적개선을 반영한 이익추정치를 고려해도 PER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 상장 전망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도 고평가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지적이다. 이전 상장 직후 발생하는 수급현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올 들어 코스피 상장사들이 4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이 실적 장세로 바뀐 것도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이전상장이 곧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카오가 실적 장세에 어울리는 펀더멘털을 갖춰야만 이전상장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 200 구성종목 편입 시 추가 수요가 있을수 있지만 액티브 펀드에서 카카오 비중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고평가 지적에 대해 카카오 측은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1분기 실적발표 후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며 "기존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와 신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합격점' 1분기 실적…광고실적·새 콘텐츠를 봐야=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437억원, 영업이익은 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83%, 81.3% 성장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고평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일단 1분기 실적으론 합격점이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 부진했던 광고부문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인수한 음악콘텐츠 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매출의 '질'도 변화했다. 올 1분기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333억원으로 전체의 30%다. 반면 로엔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프렌즈 등 콘텐츠 부문은 2218억원으로 50%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광고 대 콘텐츠' 비중이 53대 37이었던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로엔 실적이 연결기준에 포함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2016년 전체를 살펴봐도 광고 비중은 36.5%로 줄어든 반면, 콘텐츠 부문은 47.9%로 늘었다.

코스피 이전 상장의 성패는 목표 시점인 3분기까지 실적의 양과 질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본업'인 광고 부문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와 '로엔 효과'로 덩치가 커진 콘텐츠 부문에서 얼마나 많은 시너지와 새 콘텐츠를 더하느냐가 관건이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카카오톡 메신저의 트래픽 수준에 비해 비지니스 모델 적용이 덜된 측면이 있다"며 "트래픽을 모아 광고주에게 파는 기본적인 사업 모델을 고려할 때 광고부문 성장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메신저를 통한 게임 퍼블리싱(유통) 부문 실적이 부진했다"며 "모바일 게임 기대작 '음양사' 을 비롯한 콘텐츠 흥행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