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땡볕 콘크리트 길, 밤엔 은은한 조명 길

신정선 기자 2017. 5.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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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개장 이틀 만에 25만 방문.. 평가 극과 극]
- 좁고 그늘 적어
다리 폭 10m, 4m 화분이 버텨.. 달궈진 콘크리트 걷기 힘들어
공중정원? 시들어가는 식물뿐
- 매혹적인 야경
555개 LED 조명 시간 따라 희고 푸른빛 바꿔가며 뿜어
서울의 밤 360도로 볼 수 있어

낮엔 '600억짜리 콘크리트 베란다', 밤엔 '야경이 멋진 공중 보행로'.

지난 20일 2년 5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공식 개장한 '서울로7017'(이하 서울로)은 '두 얼굴의 다리'다. 개장 당일 15만1000여명이 방문한 데 이어 이틀째인 21일에도 10만4000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낮과 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달랐다. 시민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정원 빈약… 낮엔 덥고 좁아 불편

21일 낮, 17m 높이의 콘크리트 다리는 28도 땡볕을 그대로 받아 시간이 갈수록 달아올랐다. 양산을 들거나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는 걷기 힘들었다. 오후 1시쯤 화분에 걸터앉아 있던 엄길자(74)씨는 "너무 더워서 쉬지 않을 수 없다"며 "다리에 그늘이 더 생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024m 구간에 마련된 안개분수대 15개도 방문객 수천명의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낮에 서울로를 거닌 시민들의 공통된 반응도 '좁고 덥다'는 것이었다. 공중정원을 표방하는 서울로에는 꽃과 나무 2만4058주가 심어진 콘크리트 화분 645개가 놓여 있다. 다리 폭은 10.3m, 화분의 최대 지름은 4.8m다. 개장 당일 인파가 몰려 한꺼번에 수천명이 화분 사이 협소한 길을 떠밀리듯 지나갔다. 서울로 중간쯤인 목련무대 인근에서는 폭이 15m 정도로 넓어지지만, 화분이 많아 답답한 느낌이었다.

'살아 있는 식물도감을 선보이겠다'던 시의 의욕과는 달리 화분 속 식물 대부분은 뜨거운 햇볕 아래 축 처져 있거나 생기가 없어 보였다. 이모(44·은평구)씨는 "공중정원이라더니 말라 있는 식물만 있고 정원의 느낌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로의 설계자인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는 '삭막한 도시에 푸른 자연이 생동하는 느낌을 전하기 위해 반드시 콘크리트에 식물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큰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도 '왜 바닥과 화분을 콘크리트로 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다리 중간에 설치된 트램펄린엔 안전을 위해 철망을 둘러놨지만 다소 위험해 보였다. 족욕탕이 설치된 쉼터 곁을 지나던 한 시민은 "물이 저렇게 더러워서야…"라며 혀를 찼다.

◇360도로 감상하는 서울의 새 야경

저녁엔 낮에 내리쬐던 햇볕이 사라지면서 한결 걷기 편해졌다. 개장일인 20일 오후 8시에 조명이 들어오자 서울로의 밤 풍경은 매혹적으로 바뀌었다. 오후 11시까지도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반려동물을 데려온 시민도 많이 눈에 띄었다.

21일 오후 개장 이틀째를 맞은 서울역 고가 보행길‘서울로 7017’이 방문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로 7017은 1970년 개통한 서울역 고가가 2017년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이름이다. 개장일 15만1000여명이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도 10만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오종찬 기자

다리 위에 서면 1.4m 높이 강화유리 너머로 이제까지 못 봤던 서울의 야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었다. 대우빌딩과 서울역 청사 사이로 뻗은 15차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 대형 건물에서 쏘아내는 조명도 감상을 거들었다. '지저분한 신발 더미'라는 혹평이 쏟아진 조형물 '슈즈트리'도 어둠 속에서 푸르게 반짝이는 대형 트리로 변신했다.

서울로의 가로등 111개에 달린 LED 조명 555개는 시간대에 따라 희고 푸른빛을 바꿔가며 뿜어냈다. 화분 551개의 아래쪽에 둘러진 띠 조명도 푸른빛을 더했다. 비니 마스가 구상한 '짙푸른 은하수(a deep blue galaxy)'의 모습이었다. 이제원 서울시 부시장은 "식물은 풍성하게 자라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민을 위해 그늘막을 늘리고 각종 편의시설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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