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방식' 버린 2세대 알파고.. 인류엔 또한번 충격의 파고

박건형 기자 2017. 5.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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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2.0' 내일부터 中커제와 대국.. 승패보다 기술에 관심]
- 더 강해졌다
작년엔 기보 학습 후 승률 강화, 이번엔 기보 없이 스스로 터득
"인간은 상상못할 기술 나올 것"
의학에 적용땐 새 치료법 가능
- 더 작아졌다
작년엔 CPU 1202개 수퍼컴, 이번엔 PC서 구동 가능할 듯

지난해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었던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다.

알파고는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저장성 우전(烏鎭)에서 열리는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에서 세계 최고수로 평가받는 커제 9단 등 중국 기사들과 겨룬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완승을 점치고 있다. 승패보다는 알파고가 얼마나 발전했느냐가 관심사다. 바둑계와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작년과는 모든 면에서 달라진 '알파고 2.0'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알파고 2.0은 새로운 인공지능 학습 방법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알파고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에너지 사용량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알파고 승리는 기정사실 알파고는 이번 서밋에서 세 가지 방식으로 중국 기사들과 겨룬다. 커 9단과는 23·25·27일 세 차례 일 대 일로 대결한다. 26일에는 9단 기사 5명이 상의하면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구리 9단과 롄샤오 8단이 각각 알파고와 팀을 이뤄 탁구의 복식처럼 번갈아 두는 페어 대국도 진행된다.

중국신문사는 18일 "이번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대국했을 때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간 승리를 낙관하는 전망은 더 적다"고 보도했다. 구리 9단도 인터뷰에서 "커 9단이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더 강력해진 알파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알파고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등장, 프로 기사들과의 대결에서 60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 중에는 커 9단과의 대결에서 거둔 3승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등장할 알파고는 마스터보다 더 강해진 것은 물론 전혀 다른 형태의 바둑을 구사할 전망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아직 알파고 새 버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독일 강연에서 "(마스터와는 다르게) 인간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의 두 번째 버전(2.0)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감동근 교수는 "기존 알파고는 과거 정상급 바둑기사들이 둔 16만 건의 기보를 배우는 '지도 학습'과 이를 기반으로 더 승률이 높은 수를 계산해보는 '강화 학습'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면서 "인간 고수들이 수천 년에 걸쳐 연구하면서 쌓아 올린 바둑 지식 위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에서 지도 학습을 생략했다는 것은 알파고가 인간 기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둑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딥마인드가 이런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의 활용을 바둑 이외의 영역으로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실장은 "컴퓨터 연산능력이 충분하다면 인공지능에 인간의 지식을 전혀 주지 않고 어떤 문제에 대한 답안을 찾아보도록 할 수 있다"면서 "의사의 치료법을 입력한 인공지능이 기존에 있는 치료법 중에 최선의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치료법을 넣지 않은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없던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PC로 알파고 구동 가능할까 이세돌 9단과 대결 당시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진 수퍼컴퓨터에서 작동했다.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있던 수퍼컴퓨터가 바둑을 뒀다는 것이다.

새 알파고는 당시보다 컴퓨터 크기와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사비스 CEO는 지난 4월 자신의 블로그에 "기존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감동근 교수는 "딥마인드가 이미 올 초에 알고리즘 최적화와 새로운 GPU 기술 등을 적용해 알파고를 구동하는 컴퓨터의 크기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은 "작년 알파고와 비슷한 성능의 일본 딥젠고는 CPU 칩 2개, GPU 칩 4개로 구동할 정도로 발전한 만큼 새 알파고 역시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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