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자력발전 결코 싸지 않다

강정민 | 미 NRDC 선임연구위원 2017. 5.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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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에너지공약에서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폐쇄 등을 약속하였다. 이에 대해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며, 탈원전의 경우 몇 배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값싼 전력원인가?

2016년도 국내 발전 정산단가는 원자력 68원/kwh(킬로와트시)로, 석탄 78~89원/kwh, 석유 110원/kwh, 가스 100원/kwh, 풍력 90원/kwh였다. 이 수치만 따지면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전사고가 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의 원자력발전 단가는 원전사고시 배상을 계산하긴 하지만, 국내 원전에서 후쿠시마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을 관할하는 발전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최대 5000억원만 보상하고 나머지는 국가의 책임으로 돌린다.

원전사고의 피해규모를 보자. 1986년 1만㎢ 지역에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피난시켰던 체르노빌 사고는 약 260조원의 손해를 입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당시 방출된 총 방사능의 약 3분의 1 이상이 남아서 체르노빌 주변 지역을 방사선 피폭시키고 있다.

방출된 방사능의 90% 이상이 태평양 쪽으로 날아갔지만 나머지 방사능으로 인해 16만명 이상의 주변지역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했던 2011년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거 비용으로 약 220조원을 추정하였다. 그런데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3월 일본 정부의 추정치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제거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추정치로 약 690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6년이 지난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전체 42기 중 단 3기밖에 없으며, 8만명 이상이 여전히 피난 생활 중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와 다른 형태의 원전 중대 사고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가 그것이다.

원자로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해서 뜨거운 열을 방출하므로 최소 5년 이상 저장조 물속에서 식혀야 한다. 저장조 냉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1년 이내의 뜨거운 사용후핵연료는 물 및 수증기와 반응하여 겉의 피복재가 녹으면서 화재를 일으키고 수소를 발생시켜 수소폭발까지 불러온다. 화재가 전체 사용후핵연료로 퍼지는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속에 들어있는 세슘-137 등 고독성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되어 넓은 지역을 방사능 오염시킨다. 세슘-137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의 주된 방사성물질이다.

이러한 사고의 한 예로, 필자와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가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HYSPLIT 코드를 사용하여,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담겨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 결과 국내에서 평균 9000㎢, 최대 5만4000㎢ 면적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평균 약 500만명, 최대 약 2400만명이 피난하여야 하며, 날씨 조건에 따라서는 주변 국가에 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작년과 올해 발표한 바 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또한 USNRC 보고서에 근거하여 주변 30㎞ 내에 큰 도시가 없는 버지니아주 서리카운티 소재 원전의 약 800t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는 저장조 화재사고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약 5만6000㎢ 지역의 1000만명이 피난해야 하며, 경제적 손실은 약 24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발간된 한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지역 및 인구밀도 사정이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결과와 비슷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원전 저장조 화재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전 중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는 원자력발전의 단가에 근거하여 국내 원자력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강정민 | 미 NRDC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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