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CIA 요원 20여명 살해하거나 감금

[경향신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막되기 전날인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경호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Getty Images

중국 정부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對) 중국 첩보망을 와해시키기 위해 20명 안팎의 CIA 요원을 살해하거나 감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전·현직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0~2012년 중국 현지 정보요원 18~20명이 살해·투옥돼 미국의 정보 수집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10년 CIA가 권력층 깊숙이 정보원들을 투입하면서 중국 정부의 내밀한 부분의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때 활동한 정보원 중 일부는 중국 권력집단 내 부패에 환멸을 느낀 현지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원들의 신분이 어떻게 노출됐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중국 측은 2010년 CIA 조직 제거 작업에 나섰고, 같은 해 말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끊겼다. 2011년 들어서는 요원들과 연락도 두절되더니 한 명씩 사라지는 흐름이 뚜렸해졌다. 특히 중국 내 관공서 안에서 동료들이 보는 가운데 총격으로 숨지는 등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공개 피격은 중국 당국이 다른 숨은 요원들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CIA와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첩보망에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고 판단, 암호명 ‘벌꿀 오소리’(Honey Badger)라는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변심한 정보원이 중국 정부 쪽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합동조사반은 주중 미국 대사관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정보수집 활동에 불만을 품었던 중국계 미국인 전직 요원을 추적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입증에 실패해 체포하지는 못했다. 이 사람은 미국을 떠나 아시아 한 국가에서 가족과 거주 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CIA는 정보망이 해킹으로 뚫린 것인지, CIA 내 중국 측의 ‘끄나풀’이 있었던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수십명의 요원을 잃은 CIA는 중국 정보망이 무너졌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부실한 중국 정보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첩보망 복원은 2013년에서야 이뤄졌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