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은 이날 장 신임 실장을 “과거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 경제 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며 “경제력 집중 완화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 등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 실장은 기존 ‘재벌 저격수’를 넘어 한국 사회의 분배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 이론과 밑그림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제 성장의 성과는 누가 차지했는가’에 대한 답은 첫째가 기업이고 둘째가 소득 상위 계층이다”라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 경제는 기업이 부자가 되는 기이한 성장을 했고, 상위 계층만 더 잘 사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기존 재벌에 인위적·강제적 조치를 한다는 것은 빈자리를 메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성장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며 단순 재벌 규제보다 경제 전반의 분배 구조 개선에 정책 무게를 둘 것을 시사했다.
|
이날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이런 정책을 실행에 옮길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내정자는 옛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 기재부 예산실장,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예산통’이기 때문이다. 옛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해 출범한 기재부 장관을 예산통 출신이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통념을 깬 인사에 재정 정책을 중시하는 새 정부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의 ‘비전 2030’을 만들었던 만큼 현 정부의 경제 공약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이라며 “그립(조직 장악력)이 센 분이라 과거에 못했던 일들을 힘 있게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비전 2030 보고서’는 참여정부 때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제시한 국정 마스터 플랜이다.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발탁한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색깔을 혼합한 경제 정책의 조언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설계했던 김 부의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J노믹스의 뼈대를 만들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은 결국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단기 경기 대응 정책”이라며 “장기적으로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포용적 성장’ 전략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