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로하니 이란 대통령..핵합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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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연임이 확정된 하산 로하니(69)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머리에 쓴 하얀색 터번이다.
그는 2013년 8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내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과 핵협상을 시작했다.
서방의 제재로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길이 막혀 민생고가 심각해 지자 로하니 대통령이 정치적 모험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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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연임이 확정된 하산 로하니(69)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머리에 쓴 하얀색 터번이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성직자 출신이라는 '정체성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 석상에서 그가 성직자(뮬라)의 복식인 터번과 긴 통옷을 걸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의 정책이 개혁적이고 기존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이슬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성직자임을 강조한다.
1948년 이란 중북부 셈난 주(州)의 종교적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이란 최대 종교도시 콤에서 수학한 뒤 최고 명문대 테헤란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애초 성씨가 '페리둔'이었지만 영적인 성직자라는 뜻의 '로하니'로 바꾼 데서 볼 수 있듯 신심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9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칼레도니언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란의 엄격한 이슬람 종교 교육과 서방의 고등 교육과정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그의 정책 방향이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다른 종교적 보수 정치 노선과 차별화한 것도 이런 성장 배경 덕분으로 보인다.
이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성향 때문에 그는 중도로 분류되지만 개혁파의 지지도 함께 모을 수 있는 정치적 장점을 보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32세 때인 1980년 고향 셈난 주에서 중앙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2005년까지 25년간 의회 요직을 거치며 입법부 경험을 쌓았고,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선 핵협상 대표(2003∼2005)를 맡았다.
2013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그는 초기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란 개혁파의 대부격인 하타미 전 대통령,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막판 역전극을 연출하면서 50.9%의 득표로 '깜짝' 당선됐다.
개혁 성향 유권자의 표가 중도파 로하니에 몰린 덕분이었다.
그는 2013년 8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내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과 핵협상을 시작했다. 서방의 제재로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길이 막혀 민생고가 심각해 지자 로하니 대통령이 정치적 모험을 건 것이다.
그해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전화통화가 시발점이었다. 1980년 양국의 국교가 단절된 이래 두 나라의 정상이 직접 대화한 것은 처음이었다.
'외교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를 외무장관으로 임명, 핵협상 대표로 내세우면서 협상 타결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7월 이란 핵협상이 역사적으로 타결됐고, 이듬해 1월 이란 경제 침체의 원인이었던 서방의 제재가 해제됐다.
핵합의는 이란 정치 권력의 정점인 아야톨라 일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승인 아래 이뤄지긴 했지만 '주역'이 로하니 대통령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대통령 취임 뒤 지난 4년간 안보·국방은 기존 보수 정권의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외교·경제 분야는 개혁파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안정과 개혁·실용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균형을 유지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파의 맹추격을 받긴 했지만, "이란의 발전을 위해 4년을 더 달라"는 호소로 4년 전보다 6%포인트 더 높은 득표율로 이란 민심의 선택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의 '미완의 개혁·개방 드라이브'가 4년의 시간을 더 번 셈이다.
hskang@yn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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