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1호 업무지시 일자리위원회 기조 변경되나

정용인 기자

김수현 사회수석 역할 주목…도시재생·사회적 경제 강조점 찍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제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을 하달하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비서실장. / 서성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제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을 하달하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비서실장. / 서성일 기자

한 권의 두툼한 보고서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가 ‘대외주의’라는 팻말을 걸고 펴낸 118쪽짜리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다. 발표일은 대선 당일인 5월 9일이다. 보고서는 지난 4월 17일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구 성서공단을 방문해 발표한 ‘일자리 100일 플랜’을 구체화하여 정밀하게 짠 로드맵이다.

보고서가 초미의 관심을 받는 까닭은 보고서가 대통령 취임 후 국정과제 1호로 서명한 ‘일자리위원회 설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내다볼 수 있는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설치 및 운영방안, 일자리위원회의 과제로 성장, 격차 해소, 국정 관리로 나눠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의 뒷부분은 지난 4월 17일 발표한 100일 플랜안과 일자리위원회 명단과 실무팀 명단으로 이뤄져 있다.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된 뒤 우선 관심을 받은 대목은 보고서에 언급된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된 부분이다. 기존 민주당 당론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실제 그렇게 할 경우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하므로 임기중(2022) 실현으로 수정할 필요성을” 보고서는 거론하고 있다. 당장 노동계로부터 ‘공약 뒤집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고서가 언급한 ‘재검토’ 공약들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일, 민주당이 내놓은 일자리위원회 최종 보고서 표지.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일, 민주당이 내놓은 일자리위원회 최종 보고서 표지.

<주간경향>이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실제 기존 ‘일자리 100일 플랜 13대 과제’ 중 현실성이 떨어져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가 언급한 것은 여럿이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대표하는 지표로 성장 및 일자리 부문 전반에 중소기업 관련 지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과제에 추가로 포함하거나 제외되어야 할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실성이 부족하고, 지표화하기도 어렵다는 지적. 성장 일자리 과제에 벤처, 4차산업, 에너지신산업 외에도 바이오 등 미래산업 누락. 고용 위기지역 관리를 위한 구체적 정책지표 결여.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투자유치,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발굴, 사회적 기업 등은 누락” 실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해보면 제외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기술이 안 되어 있고 누락되어 추가가 필요하다는 사항은 로드맵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가 초미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날짜별로 해야 하는 작업을 D+1, D+2, D+3…, D+60 식으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호 국정과제 서명 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는 일종의 비기(秘記)를 담고 있는 기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구성에서 D+1, 즉 취임 후 첫 날에 서명과 함께 국가일자리위원회 설립을 위한 실무작업반이 구성된다. 약 10명 내외의 인력을 국회와 각 부처로부터 파견받아 작업을 시작하며, 관계부처별 업무 총괄담당자를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회를 보좌할 일자리대책본부 운영계획 수립은 새 정부 출범 3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각 부처별 인력파견은 D+7, 그러니까 일주일 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집권 첫 날부터 시작되는 민간위원 인선 역시 일주일 내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위 두 항목에는 ‘D+15’라는 부가조항이 붙어 있다. 다시 말해 일주일 내에 작업을 마무리하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최종 보름 내에는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종합 액션플랜은 8일째에 제출해 초안 작성(12일)-민간전문가 간담회 개최(20일)-차관급 쟁점 조정회의(25일)를 하도록 되어 있다.

문건이 명기하는 것처럼 이 작업은 대외비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이 문건은 향후 외부로 발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행보를 드러낼 나침반이다.

5월 16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신설안이 임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계획은 로드맵대로 집행되고 있을까. 5월 20일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일이 되는 날이다. 보고서의 계획대로라면 신설될 위원회를 보좌할 일자리대책본부에 각 부처벌 인력 파견은 완료되어 있어야 하고, 민간위원 인선 역시 완료되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임시 현황판은 7일째, 그러니까 5월 17일에는 걸렸어야 한다. “1호 공약 일자리위원회의 기조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정·관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이유다.

선대위 시절 일자리위원회 관련 공약을 총괄하던 팀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였다. 일자리위원회의 조직표를 보면 김진표·홍영표 의원, 그리고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와 송기복 청주대 교수가 본부장을 맡은 체제였다.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용섭 전 의원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부위원장이지만 이 부위원장의 자리는 사실상 컨트롤타워의 수장인 핵심 실세로 인식되고 있다. 앞의 ‘보고서’ 중 설치방안을 보면 ‘위원회는 관련 부처 장관 및 민간전문가로 약 20인 내외로 구성하되, 위원회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고, 부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도록 함’이라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시기는 “최소한 금년 중”으로 못박아 두고 있다. 위원장이 대통령을 맡는 경우가 과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DJ정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사례다.

이용섭 ‘실세’ 부위원장으로 임명
‘일자리위원회 기조 변경’ 논란과 관련해 정·관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사는 5월 14일 사회수석으로 임명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의 행보다. 박원순 서울시에서 서울연구원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함께 박원순 시장의 인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참여정부 사회정책을 설계한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과세대상 확대 등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의 인선 보도자료를 보면 “도시정책분야의 전문가이자 노무현 대통령 사회정책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사회분야에서 풍부한 국정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며 “주택, 환경, 보건복지, 교육문화 등 사회정책 전 분야에서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충실하게 보좌할 적임자임”이라고 되어 있다.

문제는 19일 현재 아직 공석으로 있는 정책실 산하의 일자리 수석과 일자리위원회의 관계다. 김수현 수석은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일자리위원회는 각 부처의 관련 업무를 조정·조율해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으로, 옥상옥의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20명 내외의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구성하는 대신 청와대 일자리 수석실이 집약적으로 힘을 모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존 마스터플랜의 로드맵 대신 김 수석의 관심사항인 도시재생사업 위주로 일자리위원회의 로드맵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애초 제시된 보고서 로드맵대로 일정이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를 중심으로 일자리위원회 로드맵이 재수정되면서 일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 정책의 중심적인 부분이 될 수 없는 일종의 보완재적 역할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기존 마스터플랜처럼 스타트업, 강소중견기업, 대기업,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영역과 에너지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규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부문별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자리가 성장이고 일자리가 복지다. 저는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일자리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4월 17일 ‘일자리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했던 마무리 말이다.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다. 이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받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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