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년 임기' 美 FBI 국장, 누가 흔드는가

조철환 입력 2017.05.20. 11:45 수정 2017.05.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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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BI.특별검사 제도 (1) 최고 수사기관 vs 美 대통령 '애증의 관계'

[편집자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 4개월만에 대 러시아 유착 의혹으로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이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FBI와 미국의 특별검사 제도를 2회로 나눠 살펴본다.

미국 워싱턴DC FBI 본부 건물. 자료:FBI

미국 연방 법무부 산하에 지금의 연방수사국(FBI) 기능과 유사한 조직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08년 7월26일이다. 그 이전까지 법무부는 각 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치안 문제 등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에만 주력했다.

그래서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찰스 보나파르트 법무장관에게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30여명 요원들을 뽑아 ‘수사국’이라는 뜻의 BOI(Bureau Of Investigation)라는 조직이 출범하게 된 계기다. 이후 ‘수사부’(DOIㆍDivision Of Investigation)로 바뀌었다가, 1935년부터 지금의 연방수사국 즉 FBI가 됐다.

FBI는 미국 최고 수사기관이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테러 공격, 간첩 행위, 사이버 범죄, 대량 파괴무기로부터 미국과 시민을 보호하는 것, 또 온갖 종류의 공공부패, 조직범죄, 경제범죄, 폭력범죄를 다룬다. 즉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총괄하고 정보 수집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FBI는 연방정부 조직 상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독립된 수사기관이다. 그래서 FBI의 수사는 의회나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다. FBI 국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데, 10년 임기를 보장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듯이 역대 7명의 FBI 국장 가운데 10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람은 드물다. 건강과 무능력 때문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인물도 있고, 제임스 코미 전 국장처럼 대통령이 해고한 경우도 두 번이나 된다.

역대 FBI 국장들의 면면은 이 조직이 미국 정치에 깊이 관여한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존 에드거 후버 초대 국장이다. 후버 국장은 FBI 전신인 DOI 시절부터 이 조직의 총수에 임명돼서 1972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48년간 재임했다. 8명의 대통령이 그를 거쳐갔다.

후버 국장은 FBI를 전문적인 최대 범죄전담 부서로 키우고 지문 수사와 유전자 감식 수사를 비롯해서 현대 수사기술의 근간이 되는 역량을 FBI에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FBI의 정보수집 능력을 활용해 개인과 단체, 심지어 의회와 대통령, 해외 정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권력 유지에 활용했다. 그래서 공(攻)보다 오히려 과(過)가 큰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후버 국장의 집무실에는 불법 도청과 가택 침입으로 얻은 고위 인사들의 정보가 즐비했고,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이게 바로 후버 국장이 무려 50년 가까이 자리를 유지한 배경이었다. 후버 국장 사망 후에 미 의회가 나서 FBI 국장 임기를 제한한 것도 ‘제2의 후버’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FBI 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또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후버 국장처럼 국내외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어 왔다. 일부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기도 했다.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된 국장으로 1993년 윌리엄 세션스 국장이 대표적이다. 관용기로 부부동반 여행을 하고, 공금을 유용하고 사적 업무에 FBI 요원을 동원한 일 등으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국장의 옷을 벗겨 욕 먹는 것처럼 당시에도 FBI 독립성을 침해 논란이 빚어졌다.

역대 FBI 국장. 공백기간은 대행 체제로 운영.

세션스 국장 후임인 루이스 프리 국장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중국 정부가 관여됐다는 정황을 수사하면서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백악관이 연루돼 있을지 모를 사건의 수사를 왜 백악관에 보고하느냐’는 말을 남기며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조직 안팎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자진 사퇴했다.

물론 대통령과 일반의 신뢰를 받은 국장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의 윌리엄 웹스터 국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답게 대통령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임기 종료를 앞두고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CIA 국장에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유착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 전 국장도 미국 정치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9.11 테러 발생 직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FBI총수가 되었는데, 10년 뒤 임기가 종료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요청으로 2년 더 재임했다. 미 의회도 엄중한 시기 유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퓰러 국장의 추가 재임을 인정했다. 그는 재임 당시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아내하고만 골프를 쳤다고 할 정도로 결벽에 가깝게 주변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